국민생활 피해 확산, 해외시장 진출도 못해 … 방역대책 범부처 차원에서 논의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이 국내 축산업을 밑동에서 흔들고 있다. 가축전염병에 대한 대응도 농림축산식품부를 넘어 범정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피해가 축산농가뿐만 아니라 국민 일반의 생활 속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피해는 닭 오리 등 가금류를 사육하는 축산농가뿐만 아니라 국민들 생활 속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가 지난해 12월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AI 발생현황표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13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 및 국무총리 주재로 AI·구제역 방역개선대책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대책을 확정했다.

참여한 부처는 농식품부 외에도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행정자치부, 국방부, 질병관리본부, 환경부, 국민안전처, 국무조정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으로 광범위했다. 이날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도 대책안을 마련할 때 참여했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통령선거라는 헌정 위기 속에서도 방역대책을 미룰 수 없을 정도로 가축전염병 예방과 확산방지는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대책안에는 5년 내 가축전염병이 세 번 발생한 농장은 축산업 허가를 취소하는 '삼진아웃제'도 포함했다.

◆AI·구제역으로 관광객 줄고 식생활 불편 = 지난해 11월 이후 전국 10개 시·도, 50개 시·군에서 383개 농장에서 발생한 AI로 정부는 닭 3154만마리, 오리 332만마리, 기타 가금류 301만마리 등 모두 3787만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매몰됐다. 닭은 계란을 낳은 산란계가 2518만마리에 이르렀다. 국내에서 사육하는 산란계의 36%에 달한다.

산란계를 대거 살처분하면서 국내 계란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지난 연말 제과점에도 불똥이 튀었다. 빵이나 과자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계란이 품귀현상을 보이면서 연말 특수에 맞춘 상품을 만들지 못하게 된 것이다.

값싸게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계란이 품귀현상이 되자 주부들도 계란을 구하기 위해 발을 굴렀다. 대형마트 등 유통점은 계란 품귀 현상이 일어나자 1인당 계란 판매량을 제한하기도 했다.

설 이후 주춤하던 계란 품귀현상이 최근 다시 나타나자 호주산 계란을 수입·유통하는 ㈜제주미인은 19일 선박편으로 호주산 계란 41만개를 수입했다. 19일 기준 계란 가격(30개들이 특란 기준)은 3월 중순부터 다시 오르면서 7696원까지 올랐다. 1년 전 같은 날 가격 5350원보다 2300원 이상 급등한 것이다.

구제역에 따른 피해도 막심했다.

2010년 11월 안동에서 발생해 2011년 4월까지 전국 11개 시·도, 75개 시·군으로 확산된 구제역으로 소 15만864마리, 돼지 331만8298마리 등 우제류 347만9962마리를 살처분했다. 당시 정부가 지급한 살처분보상금만 1조8337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살처분보상금과 함께 소 돼지 등의 수매와 소독 등 방역활동까지 포함해 2조7383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당시 구제역이 발생한 안동지역의 경우 지역경제가 급격히 위축됐다.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안동시 하외마을을 방문한 관광객은 12월 한 달간 2만1371명이었다.

1년 전 12월 5만1911명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도산서원 방문객도 4788명으로 1년 전 1만1040명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농산물거래는 6800톤에서 6185톤으로 10% 가량 줄었다.

가축전염병이 발생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국 주요 도로에 방역초소를 설치하고 차량소독을 하면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나들이를 꺼리게 된다.

◆해외 축산물에 시장 내주고 자급률 하락 = 가축전염병은 축산농가들의 경영에 타격을 줄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것을 막는다.

축산업은 가축사육부터 도축 가공 판매까지 일관 시스템을 갖춘 '팩커'형 육가공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는 유럽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칠레 브라질 등 세계 축산강국들의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들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축산물 자급률은 쇠고기 46.0%, 돼지고기 70.2%, 닭고기 83.1% 등이다. 국내 축산농가들이 국내 시장에 머물러 있는 동안 수입축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자꾸 늘어나고 있다. 계란자급률은 2015년 99.7%였지만 지난해 발생한 AI로 미국 호주 등에서 계란을 수입했다. 쇠고기도 부정청탁법 시행 등으로 한우소비가 줄어들면서 가격경쟁력이 있는 수입쇠고기 소비가 더 늘어나 지난해 자급률이 30%대로 떨어졌다.

돼지고기도 국내 시장에서 수입돼지고기와 경쟁이 더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정부는 자국에 있는 세계적 육가공기업 JBS 돼지고기 등을 한국에 수출하기 위해 남미공동시장 메르코수르를 앞세워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시도하고 있다.

브라질은 아마존 유역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퍼져 있을 수도 있지만 백신을 투여하지 않고도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 구제역 청정지역 판정을 받은 남동부 '산타카타리나'주 돼지고기를 한국으로 수출하려 한다. 가축전염병은 국내 축산물을 해외시장에 수출하려는 시도를 가로막는다. OIE 규정에 따라 구제역이나 AI가 발생한 나라의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은 수출할 수 없다.

가축전염병 발생국이라도 축산물을 수출하려면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은 특정지역의 축산물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브라질이 산타카타리나 돼지고기를 수출하는 것도 이런 원리에 따른 것이다.

정부도 홍콩 마카오 캄보디아에 국내에서 구제역 청정지역 쇠고기를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구제역이 발생해 충북 및 전북산 쇠고기의 홍콩수출이 중단됐다. 협약에 따라 1년간 수출을 할 수 없게 된다. AI로 닭고기와 삼계탕 수출도 막혔다. 홍콩과 베트남 정부는 한국산 가금류에 대한 수입중단 조치를 내렸고, 중국도 삼계탕 수입을 중단했다.

공동기획 : 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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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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