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사기 아닌 금융민주주의 표상"

'불환화폐'(Fiat currency)란 정부가 발행하는 돈이다. 금 ·은 등의 본위화폐와 태환되지 않는 돈이다. 엿장수 마음대로 엿의 크기를 정하듯, 찍어내는 사람 마음대로 발행수량을 정한다.
미 달러지폐 위에 올려진 비트코인 모형 주화. 사진 연합뉴스

'Fiat'라는 말은 라틴어로 '되도록 하라'(Let it be done)는 의미다. 정부는 명령 또는 포고를 통해 종이뭉치를 돈으로 규정해 강제통용력을 부여한다. 이는 채무지폐, 즉 빚이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재무상 필요할 때 가장 손쉬운 자금조달 방법으로 화폐발행을 택한다. 이는 물가등귀 · 화폐가치 하락 등과 같은 지폐팽창으로 이어져 결국 대중들의 구매력(purchasing power)을 희석시킨다.

온라인매체 '피크프로스페리티'(peakprosperity.com)는 "비트코인과 기타 암호화화폐는 금융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수단"이라며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은 암호화화폐에 적합한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정부의 부패와 통제에서 자유롭다. 누구도 유통과 태환을 중단할 수 없다. 내부의 저항이 있을 땐 스스로 쪼개진다. 비트코인이 비트코인캐시로 나뉘듯.

피크프로스페리티는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전 세계 모든 군사력보다 더 힘이 센 한 가지는 시대정신'이라고 말했듯, 지금의 시대정신은 바로 비트코인"이라고 강조했다.

최고의 암호화화폐는 예상가능하고 변경할 수 없는 스케줄에 따라 만들어진다. 사람들이 이를 인식하게 되면서 가치가 계속 오르는 것이다. 암호화화폐는 수량이 제한돼 있다. 빚을 통해 창출되지 않는다. 열역학이나 물리학, 수학 등의 법칙에 근거한 강도높은 정신노동을 통해 만들어진다. 소수 엘리트들이 비밀리에 회동해 제멋대로 불환지폐를 찍어내는 것과는 완전 다르다. 또 불환지폐처럼 강압을 통해 통용력을 부여하지도 않는다.

암호화화폐는 독재자와 나쁜 통화정책, 부패한 금융권으로부터의 자유를 표방한다. 일반 민중에게 싸울 수 있는 통화적 무기를 쥐어준다. 누구의 허가를 받는 것도 아니다. 0.01%의 소수가 위에서 찍어누르는 게 아니라 기저에 있는 대중들의 열망에서 탄생한 것이다.

금융권 CEO 중 상당수는 암호화화폐를 "거품" "사기"라고 주장한다. 암호화화폐가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은행들의 존재 이유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대마불사 은행들은 부실경영, 도박적 경영 등으로 스스로 위험에 빠져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받은 바 있다. 거기에 끊임 없는 부패와 조작으로 엄청난 벌금을 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금세탁 등 불법을 서슴지 않는다. 이에 넌더리가 난 사람들은 이제 은행을 우회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구제금융과 상관없다. 또 돈 이상의 의미를 표상한다.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자산이다. 피크프로스페리티는 "비트코인은 하나의 운동(movement)"이라며 "일부 사람들은 '암호화화폐는 무엇의 보증을 받는가' 묻는다. 단순히 답하자면 사회적 합의"라고 주장했다.

비트코인이 기반한 블록체인의 기록은 지울 수도, 조작할 수도 없다. 은행 등 중개인도 없다. '거기에 있다'는 것을 제3자에 의해 확인받을 필요도 없다. 전 세계 누구나 '거기에 돈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급은 제한되고 수요는 늘어난다. 경제학 법칙이 그 나머지를 채운다.

이 매체는 "디지털화폐의 발명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 램프에서 풀려난 지니는 다시 램프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각국 정부는 비트코인이 제시하는 새로운 가치기준에 대처하기 위해 궁리한다. 디지털화폐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혀 정부를 매우 곤란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트코인은 괴롭힘에 맞서 떨쳐일어난 화폐다.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이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점에 서 있다. 격변의 상황을 지켜보는 행운아"라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전문매체인 '코인텔레그래프'는 4일 "비트코인 가치의 기하급수적 상승보다는 불환지폐의 몰락을 인식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비트코인 가치가 천정을 뚫을 정도로 오르는 게 아니라 불환지폐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오버스톡'의 CEO 패트릭 번은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와 금융시장이 돈과 국가를 분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불환지폐는 향후 수년간 계속 몰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환지폐가 몰락하면 비트코인 등 탈중앙화된 통화가 결국 기축통화의 자리를 꿰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브레턴우즈 체제 성립 이후 우리가 가진 돈이란 건 나라별로 상대적인 변동성을 가졌지만 95% 이상 가치가 하락한 불환지폐"라며 "하지만 정부가 수요 공급에 손댈 수 없는 비트코인은 향후 1비트코인 당 100만달러까지 오를 잠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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