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cancel

내일신문

[정부가 더 키운 비트코인 난리]

가상화폐 제대로 모르면서 규제만 서둘러

청와대 "거래소 폐쇄 부처간 조율" … 박영선 의원 "법무부장관, 범죄행위로 보는 쪽에 너무 방점"

등록 : 2018-01-12 11:17:14

정부가 가상화폐거래를 금지하는 거래소 폐쇄 특별법 추진을 위한 부처간 조율에 들어갔다.

12일 국무조정실 주재로 열린 '가상화폐 대응' 차관회의에서 법무부는 가상화폐거래소를 폐쇄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강하게 밝혔다.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부처 대부분은 가상화폐에 대한 강력한 규제에 동의하고 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일부 부처는 4차산업혁명과 블록체인 신기술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정부의 각 부처 특성에 따라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며 "전체적으로는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산업적 측면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의 산업화 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처 간 이견이 아니라 부처 간 특성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가상화폐 투기광풍이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정부는 '거래소 폐쇄'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국민들의 가상화폐 거래가 세계적인 흐름을 뛰어넘어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점에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일어나는 투기 열기는 나중에 사회적인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만큼 심각하다"며 "지금으로서는 강력한 규제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박상기 법무장관은 11일 "가격의 급등락을 보거나 원인을 볼 때 상품 가격 급등락과 완전히 다른 차원이고 산업자본으로 가야할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며 "거래가 사실상 투기 도박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의 거래금지 입장이 강하기 때문에 거래소 폐쇄 법안은 추진될 가능성이 높지만 일률적으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투기적인 분위기를 진정시킬 필요는 있지만 가상화폐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모르기 때문에 거래의 싹을 완전히 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법안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정부 부처 간 의견이 다르고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법무부가 법안에 담을 '완전 금지' 보다는 강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거래를 완전 금지시킬만한 법적근거를 내놓기가 쉽지 않다. 벌써부터 재산권 침해에 따른 위헌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300만명 가량이 가상화폐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따라서 법무부가 밝힌 '거래소 폐쇄'는 현실화되기까지 각종 난관을 뚫어야 하고 위헌소지도 해소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누더기로 전락할 개연성이 크다.

박상기 법무장관이 이 같은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거래소 폐쇄'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강하게 발언한 것은 성급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가상화폐거래소 폐쇄에 반대하고 박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가상화폐 규제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에 8만명(12일 오전 9시 현재)이 넘게 참여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MBC 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가상화폐 거래소에 철퇴를 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어서 정부 차원의 진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청와대가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경제와 경제를 규율하는 법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어제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이것을 범죄 행위로 보는 쪽에 너무 방점이 찍혔다"고 말했다.

이같은 비판 여론과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충분한 논의가 이뤄진 다음에 (거래소 폐쇄에 관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

정부는 일단 금융권을 통한 '가상화폐 거래실명제'로 규제 방향을 잡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이 가상화폐거래와 관련해 6개 은행에 대한 현장 검사 기간을 연장하는 등 집중조사를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와 관련한 은행권의 자금세탁방지 업무가 부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신한은행은 자금세탁방지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기 전까지 가상화폐거래소와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가상계좌 신규개설은 물론이고 기존 계좌에도 15일부터 입금이 중단된다. 이같은 방침이 다른 은행들로 확산될 경우 일반인들의 가상화폐 거래는 당분간 제한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가상화폐 섣부른 대책 발표로 혼란만 키워

이경기 이명환 김선일 기자 cellin@naeil.com

twitter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