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장관 "거래소 폐쇄 특별법 추진" 강경발언

청와대 "확정사안 아니다" … 법무부 "협의해 추진"

거래시장서 가격 급등락 … 청와대에 국민 청원 빗발

최근 사회적 논란의 대상인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섣부른 대책 발표가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답변하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조기자단 간담회에서 가상화폐, 수사권 조정 등 현안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11일 가상화폐 대응과 관련한 법무부와 금융위원회의 두 수장이 가상화폐 거래소의 폐쇄 추진까지 검토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밝히자 가상화폐 시장이 요동을 쳤다. 이해 관계자가 많고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인 것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지만 그렇지 못한 관련 핵심 부처인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두 수장의 입장 표명이 화를 키운 것이다. 청와대가 "확정된 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히는 등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앞으로 정부가 가상화폐와 관련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혼란 발단이 된 법무부장관 답변 = 발단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이날 오전 과천 청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검토와 관련한 법무부 입장'에 대한 기자들의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박 장관은 "법무부는 기본적으로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에 있다"며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한다"고 답변한 것이다. 이어 그는 "법무부는 처음부터 (가상화폐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관련 부처에 그런 시각을 계속 전달했다"며 "현재 법무부의 입장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부처간 이견이 없어 특별법 제정 방안이 잡혔고 시행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래소를 폐쇄하는 특별법을 준비 중이라는 답변에 모든 기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기자들의 추가 질문이 10여차례 뒤따랐다.

'거래소 폐지법안은 정부가 발의하냐' '투기 또는 도박으로 규정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미국이나 일본은 거래소 폐쇄를 검토하지 않는다' '거래소 폐쇄 일정은' '거래소 폐지에 대한 부작용은' '과세 방안도 있는데, 거래소 폐쇄는 극단적이란 의견이 있다' '거래 전면금지인가' 등이 이어졌다.

"부처간 이견 없다" = 결정적인 것은 '가상화폐 폐쇄 관련 정부부처 협의 상황'이 어떠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 질문에 박 장관은 "폐지법안에 대해 부처 간 이견은 없다"며 "입법까지는 시일이 걸리겠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고, 그 전까지 중간단계에서 부작용 없애기 위한 방안을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주식 공매도와 같은 거래방식에 대해 수사 중이며, 범죄적 요소가 있는 거래 양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면서 "검찰, 경찰, 금융위가 합동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부처 간 이견이 없으며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특별법을 마련하고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게다가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 장관이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법무부와 같은 생각"이라고 말한 것이다. 최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의 말씀은 부처 간 조율된 말씀이고, 서로 협의하면서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박 장관 등의 언급이 알려지자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고 규제를 반대하는 투자자들의 글이 청와대 게시판에 쇄도하는 등 적지 않은 후폭풍이 일었다.

또 국회 특위에서 여당뿐 아니라 국민의당,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도 거래소 전면 폐쇄와 같은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이 능사가 아니라고 비판하는 등 야권의 기류도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가상화폐에 대한 강력 규제를 비판하는 청원 및 게시글이 쏟아졌다.

파장이 커지자 청와대가 진화에 나섰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이지만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을 신중히 고려 중이지만 현재로써는 최종 정부 방안을 만든 단계가 아니며 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또 '거래소 폐쇄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라며 확대 해석이나 과도한 의미 부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내비쳤다.

윤 수석의 입장이 나온 이후 법무부도 '부처 간 이견이 없다'라는 장관의 오전 발언에서 완화된 입장을 내놓았다.

"모든 수단 열어 놓고 대응방안 검토" = 법무부는 오후 '가상통화 관련 법무부 입장'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내 "지난해 12월 28일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정부는 모든 가능한 수단을 열어 놓고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법무부는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을 준비해왔으며 추후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거래소 폐쇄 방침을 두고 강경발언 이후 이를 무마하는 발언이 뒤따르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1비트코인당 2100만원선에서 1750만 원대까지 급락했다가 다시 2000만원선을 회복하는 등 큰 폭으로 출렁였다.

박 장관이 신년 기자간담회가 본인의 의도와 달리 가상화폐에 집중되자 서둘러 '검경 수사권 조정' '민영 소년원 추진' 등 다른 주제로 돌렸지만 기자들의 관심 밖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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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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