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사장 "한국에서 적자 볼 준비 안돼 있다" … 산업부 "먹튀는 안된다"

미국 빅3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자사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한국을 철저히 이용하고 있다.

미국 현지공장엔 수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한국정부엔 1조원이 넘는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자금지원 및 노조 협조가 전제되지 않으면 한국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으름장도 놓았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20일 국회에 참석해 "한국에 남고 싶다. 하지만 군산공장을 살리는 건 어렵다"며 "회생 계획안을 준비했는데 (한국정부 산업은행 노동조합 등)모든 이해 관계자 협조와 지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GM 회생계획안과 관련해 (GM본사가)한국GM에 빌려준 돈 약 22억달러(2조3600억원)를 주식으로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대신 한국정부로부터 10억달러(1조700억원) 금융지원과 특별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을 통한 7년간 세제혜택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GM은 한 푼도 내지 않으면서 부실채권을 털어내고, 신규자금은 모두 한국정부가 내라는 이야기"라며 "단계적으로 한국에서 철수하기 위한 꼼수"라고 성토했다.

배리 엥글 사장도 "(한국에)남아서 계속 적자 볼 준비는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 지원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지원을 받더라도 실적이 개선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한국을 떠날 수 있음을 암시한 발언이다.

한국GM의 철수 시나리오는 호주GM과 인도GM의 철수 과정을 살펴보면 추정 가능하다. 호주와 인도시장의 공통점은 판매 정체였다.

GM은 유럽 러시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사업을 철수했다. 기존 완성차 시장은 미국 본토와 거대시장 중국에만 집중하고 다른 곳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비용과 자산으로 미래차(전기차)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것이 GM의 전략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GM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2023년까지 20개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GM은 2026년까지 연간 10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한국정부에 자금지원을 요청한 20일 GM은 캔자스 주 캔자스시티 페어팩스공장에 2억6500만달러(2846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금은 크로스오버 스포츠유틸리티 차량(CUV)을 생산하는 데 투입될 전망이다.

이번 투자 결정은 한국에서의 GM 행보와 대조된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시하는 문재인정부의 약점과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 살피기에 분주한 정치권을 이용하려는 속셈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은 21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미국정부의 최근 통상정책에 대한 유감표명 등을 담은 결의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GM본사가 한국사업을 정상화할 의지가 있는지가 중요하다"면서 "'먹튀는 안된다' '장기적인 경영개선에 대한 투자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게 향후 협상의 최우선 원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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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윤여운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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