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7월까지 특위운영

지주회사 규정 등 손질

1980년 제정 이래 38년 만에 공정거래법이 전면 개편된다. 재벌 개혁과 4차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유형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불만이 많다. 대선공약인 '전속고발제 폐지' 입장이 분명하지 않고, 조사와 심판 기능 분리 등 기관 내 충돌하는 역할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기업 입장에서 사건을 판단해온 내부 관계자에 대한 처벌도 없고, 피해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권리보호와 구제 대책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개정안의 핵심은 =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시장 경쟁의 룰 선진화를 목표로 실체법과 절차법규를 망라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재벌개혁을 위한 기업집단 제도 개편과 갑질과 담합 근절을 위한 경쟁법 분야로 나뉜다.

현재 재벌규제는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순환출자, 사익편취 금지, 각종 공시의무 등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규제들은 40여년간 필요에 따라 추가되다보니 법의 사각지대나 법리상 정합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겼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 처분 이후 법정 다툼의 과정에서 공정위가 자주 패소하는 이유도 법 체계의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대한항공의 사례는 부당지원(일감몰아주기)과 관련해 공정위가 예견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이런 사례들은 개별조항의 개정도 중요하지만 법체계의 전체적 완결성과 체계성을 제고하고 않고서는 해결하기 힘들다는 고민이 있다"며 "개벌 법개정 작업이 입법취지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한진그룹을 일감몰아주기의 첫 제재 사례로 처벌했지만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지원의 규모가 작아 시장 경쟁을 제한할 정도는 아니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알고리즘 담합 등도 규제 = 지주회사 제도는 재벌들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를 막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추진될 전망이다. 지주회사 체계는 복잡한 순환출자로 유지되던 재벌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총수 일가가 지배력을 확대하는데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주회사가 브랜드 수수료, 부동산 임대료, 경영컨설팅료 명목으로 계열사로부터 이익을 내면서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자사주식의무보유비율을 상향조정하는 등 계열사를 지배력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현재 62개 지주회사를 대상으로 매출 및 거래 현황 자료를 조사 중이다.

또 경쟁법 개정 작업은 4차산업혁명으로 새롭게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점을 뒀다. 최근 등장한 알고리즘 담합이 대표 사례다. 항공권 예약이나 온라인 쇼핑 분야에서 실시간으로 최적의 가격을 설정하는 가격책정 알고리즘을 사용하는데 이는 현행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 사업자간 합의가 없이도 사실상 담합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개정법에 알고리즘 담합을 처벌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공정위는 오는 7월까지 특위를 운영한 뒤 그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을 마련,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적폐청산부터 하라" 비판도 =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아직도 역부족'이란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법 개편에 앞서 공정위 내부 적폐청산부터 하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삼성물산의 삼성SDI의 주식 매각 문제, 가습기살균제 사건 등 국민적 의혹과 불신을 받은 수많은 잘못된 사례가 있었음에도 공정위 내부에서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제 선별페지 입장도 도마에 올랐다.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번 법개정 작업에서 '폐지'가 아닌 '개편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조사와 심판을 하나의 기관(공정위)이 담당하는 문제도 거론됐다. 참여연대는 "공정위는 '한 명이 선수와 심판을 동시에 맡는 것'과 같은 구조로 객관성의 문제가 늘 제기되어 왔던 만큼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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