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선수단 방북시 항공기 지원 거절

"경영진 나서 노력"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대한항공이 정부를 대상으로 '항공기 갑질’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올림픽선수단, 예술단 방북 과정에서 정부의 항공기 지원요청을 거절하거나,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정부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경영진까지 나서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최근 잇따라 정부의 항공기 요청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정책에 차질을 빚을 뻔했다.

국토부는 1월 말 평창올림픽 스키선수단 방북시 대한항공에 긴급 항공기 지원을 요청했다. 당시 마식령스키장에서의 남북 공동훈련을 위해 우리측 대표단이 1월 31일 방북할 계획이었다.

원래 선수단 운송은 아시아나항공 담당이었다. 그러나 출국 예정일 직전까지 북한 출입허가를 받지 못했다. 아시아나항공에 항공기를 대여한 리스사에서 난색을 표한 것이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로 미국 보잉사는 항공기 출입을 불허해, 에어버스 항공기를 이용할 계획이었다.

긴급히 대한항공에 협조를 요청했다. 대한항공은 에어버스 항공기를 매입한 것이있어 리스사가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베트남 방문 중인 조원태 사장과 연락이 안된다는 등의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륙을 불과 3~4시간 앞두고 미국으로부터 방북승인을 받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하마터면 선수단 운송에 차질을 빚을 뻔했다”며 “장관 항공실장 등 관계자들이 뜬 눈으로 밤을 샜다”고 말했다.

3월 29일 남한 예술단 방북시에도 대한항공의 갑질 행태가 있었다. 이스타항공이 예술단을 운송키로 돼 있었다. 문제는 공연장비였다.

에어인천이 운송키로 했으나 특수화물인 공연장비를 운송할 만한 항공기가 없었다. 긴급히 대한항공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선수금을 내라”는 것이었다. 여러 채널을 통해 대한항공에 협조를 요청해 해결할 수 있었다.

대한항공의 태도는 이스타항공과 대조적이다. 이스타항공 역시 항공기 보험사로부터 출입이 어렵다는 통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상직 전 회장이 “책임지겠다”고 나서 차질없이 공연이 이루어졌다.

대한항공은 스키선수단건은 보험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이고, 예술단건은 100% 받아야 할 선수금을 10%만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둘 다 긴급한 요청이었다”며 “상황이 상황인 만큼 경영진까지 나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보듯 정부정책에 적극 호응한 재벌들이 호된 시련을 겪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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