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전략자산 동원한 연합군사훈련, 태영호 방치한 남측에도 동시 경고

수개월째 훈풍으로 이어지던 남북, 북미관계에 예기치 못한 암초가 등장했다. 북한이 16일로 예정돼 있던 남북고위급회담 중지를 일방 통보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를 비롯한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백악관과 미 국무부 등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의 진의파악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표면적으로는 한미 군사훈련을 문제 삼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미국내 강경파의 선을 넘는 발언과 탈북한 태영호 공사가 북한의 최근 조치들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으며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데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한미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문제 삼았다. 16일 오전 조선중앙통신은 "11일부터 남조선 당국은 미국과 함께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에 대한 공중 선제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목적으로 대규모의 '2018 맥스 선더' 연합공중전투훈련을 벌려놓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를 겨낭하여 벌어지고 있는 이번 훈련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좋게 발전하는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적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판문점 선언에서 군사적 긴장완화와 군축을 얘기해 놓고 F-22 등 최첨단 전략자산까지 동원한 연합훈련을 하는데 따른 불만인 것이다. 하지만 '맥스선더' 훈련은 이미 11일부터 진행 중이고 북한도 그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명분이 약해 보인다. 다만 연례훈련이라 하더라도 달라진 정세를 반영해 규모를 줄이거나 훈련내용에 대한 공개를 자제하지 않고 있는 한미양국 정부 태도에 대한 불만일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자기들은(북한은) 성의를 보이면서 일련의 전향적 행보를 하고 있는데 (남한도) 로키로 가거나 아니면 최소한 브리핑이라도 자제하는 성의를 보여야 하는데 역대급 규모 훈련 운운하고 이를 청와대가 통제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천하의 인간쓰레기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게 방치해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국회에서 출판기념회와 기자회견 등을 가진 탈북 외교관 태영호 전 영국공사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인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전략자산 동원한 한미 연합훈련으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태영호 전 공사가 국회에서 출판기념회를 한 것은 (북한이 볼 때) 체제를 훼손하고 존엄을 모독한 행위"라면서 "이에 대해 문재인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묵인하는 것 아니냐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서로 다른 메시지에 대한 경고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평양을 두 번이나 방문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비핵화 의제나 북한의 신뢰있는 행동에 감사를 표시하는데 반해 북미정상회담 투톱으로 불리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리비아식 해법'을 언급하고 인권문제나 생화학무기까지 의제에 포함해 다뤄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하면서 북한을 자극한 것으로 평가된다.

홍민 연구실장은 "북한에 대해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는데 체제와 최고 존엄 문제"라면서 "인권문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건드리는 것이고 국가체면과 최고 존엄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설령 인권문제를 거론하더라도 북미정상회담이 아닌 다른 통로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홍 실장은 이런 측면에서 "이번에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 중지를 통보한 것은 '우리도 판을 흔들 수 있는 카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미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그동안 볼턴은 강경한 목소리로, 폼페이오는 유화적 목소리를 내면서 북미회담에 대한 미국내 부정적 여론을 완화시키는 데 기여했고 북한도 같이 호흡을 맞추면서 트럼프에 힘을 실어줬는데 이것이 볼턴 발언처럼 선을 넘는다고 판단이 되면서 경고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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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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