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쟁 침해" … 오너일가, SIㆍ광고 계열사 지분 줄이기 나서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워장이 재벌그룹 총수일가의 비주력 계열사 지분 매각을 언급한 것은 오랫동안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문제제기가 됐음에도 여전히 오너일가의 지분형태가 바뀌지 않고 있다는 현실의 답답함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오너일가들은 김 위원장이 거론한 시스템통합(SI)과 광고 물류 부동산관리 회사들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 회사들은 계열사와 거래를 통해 회사 외형을 키우고 오너일가 부 축적의 지렛대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재벌그룹에 잠식당하고 독립기업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폐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내일신문이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삼성 현대차 등 총수가 있는 15개 재벌그룹의 비주력계열사 지분을 확인한 결과 10개 그룹 11개 계열사가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확인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대기업의 낙수효과는 없어지고 재벌그룹의 시장 장악이 심각하다"며 "2006년부터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주장했는데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것은 한국 재벌그룹의 특수성"이라고 말했다. 위 연구위원은 "글로벌 기업들은 수익성을 우선에 두기 때문에 SI 등을 계열사에 맡기기 보다 외주기업에 맡기는 것이 대세"라고 덧붙였다.

◆상당수 총수일가, SI계열사 지분 가지고 있어 = SI회사는 그룹 내 전산시스템을 개발하고 설치 운영 보수하는 일을 전담한다. 그러다보니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보안이나 기업기밀 등을 이유로 외부에 맡기기 어렵다는 것이 기업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그동안 SI계열사는 그룹의 일감몰아주기로 성장하면서 관련업계 생태계를 왜곡시켰다. 특히 일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총수일가 지분율은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이다.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 매출의 12% 이상이면 해당된다.

삼성그룹의 삼성SDS는 그룹 내 SI서비스와 물류관리서비스를 주력으로 하고 있어 기업 출범부터 주목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말 현재 1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은 각각 3.9%씩 가지고 있다. 모두 더해 30% 이하여서 현행법상 규제를 받지 않는다.

삼성SDS는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70%를 넘는다.

LG그룹의 LG CNS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낮다. 고 구본무 회장이 1.12%, 구본준 LG 부회장이 0.28%를 가지고 있다.

GS ITM은 GS그룹 SI회사다. 허서홍 GS에너지 상무가 22.47%를 갖는 등 GS가 4세가 중심이 돼 이 회사 80.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허 상무는 허창수 GS 회장과 5촌간이다. GS ITM은 지난해 계열사인 GS리테일 GS홈쇼핑 GS건설 GS칼텍스 등 내부거래로 전체 매출의 70%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001억원이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 SI업체인 한진정보통신 지분 0.65%를 가지고 있다.

신세계 그룹 IT계열사인 신세계I&C 지난해 매출액 3201억원 가운데 2436억원(76%)이 계열사간 거래에서 발생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4.31%, 아버지인 정재은 명예회장이 2.33%를 가지고 있다.

SK그룹은 SK(주) C&C를 2015년 지주사와 합병하고 내부거래 비중을 40%대로 낮추는 등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비껴갔다.

롯데그룹도 롯데정보통신을 물적분할과 합병을 통해 총수일가 지분율을 거의 '0'으로 낮추었다. 한화그룹 한화S&C도 분할과 합병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거리를 두게 됐다.

◆물류·광고회사, 총수 자녀들이 대부분 지분 소유 = 물류나 광고회사도 총수일가 자녀들이 지분을 갖게 한 뒤 그룹과 내부거래를 통해 외형을 키우고 총수일가에 이익을 안겨주는 데 악용돼 왔다.

현대모비스와 합병추진이 무산된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물류를 담당한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23.29%로 최대주주이며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6.71%를 가지고 있다. 규제대상 30%에서 단 9주가 부족하도록 지분율을 낮춘 사례에 해당한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상장 비상장 모두 20% 지분율로 낮추자는 주장을 불러왔다.

현대차 광고계열사 이노션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57% 정도가 내부거래였다. 정 회장 딸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28%, 정 부회장이 2% 정도 가지고 있다.

롯데그룹 광고회사인 대홍기획은 신동빈 롯데 회장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6.24%를 가지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논란 일고 있는 비주력계열사 = LG그룹 물류 계열사인 판토스는 구광모 LG 상무가 7.5%를 소유하고 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모두 19.9%다.

SK그룹 SK실트론도 최태원 회장이 지분 29.4%를 가지고 있다. 경제개혁연대가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CJ그룹의 CJ올리브네트웍스는 2014년 CJ시스템즈와 CJ올리브영 합병으로 탄생했다. IT 내부거래 비중이 합병으로 80%에서 30%로 떨어졌다. 이 회사는 이재현 CJ 회장 아들 이선호 부장이 17.97%, 딸인 이경후 CJ 상무가 6.91%를 가지고 있다.

대림그룹 에이플러스디는 부동산중개와 개발회사다.

대림코퍼레이션 등 계열사와 내부거래로 34억원 매출 가운데 17억원(50%)을 올렸다. 이준용 대림 회장 아들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이 회사 지분 55%를 가지고 있다. 이 부회장 아들인 이동훈군이 45%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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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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