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의원들이 대표단 주도하며 영남 타킷

TK당 고립 걱정하면서도 '나는 아닐거야'

부산은 20대 물갈이 '0' 이제야 후폭풍 걱정

저항도 만만치 않아 "시간·물리적 안될 것"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의 인적쇄신 기준이 드러나면서 영남권 의원들이 좌불안석 분위기다. 비상대책위원회에도 원내대표단에도 조강특위에도 영남권 의원들은 참여하고 있지 않다. 수도권 의원들이 대표단을 주도하는 한국당이 다가오는 21대 총선을 대비해 미리부터 대대적인 영남 물갈이에 나섰다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보수아성의 텃밭인 영남을 확실히 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중앙당의 절박함 속에 그동안 물갈이에 느슨했던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 의원들의 살아남기 전략이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국기에 경례하는 한국당 의원들 |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전국 253개 당협위원장 임명 심사를 위한 정성평가 기준을 19일 공개했다.

조강특위는 △엄중한 야당의 사명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문재인 정부 폭주 저지에 나서지 않은 인사 △반시장적 입장을 갖고 정책수립과 입법에 참여한 인사들을 상세히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분명한 자유민주주의관과 안보관을 지니면서 당당하고 유능하게 당의 입장을 주장할 수 있는 인사를 등용할 방침이다.

당내 계파 갈등과 분열에 앞장선 의원들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견지했다. △대선패배의 계기가 됐던 당 분열의 책임이 있는 인사 △지금도 여전히 당의 분열상을 노출하는 인사 등이 표적이다. 또 △지난 20대 총선 당시 진박 공천 과정에 핵심적으로 관여한 인사 △최순실 국정농단을 방치하고 조장했던 인사 등과 함께 △정치지형상 유리한 지역을 중심으로 야당 의원으로서의 존재감과 활동이 미미한 의원들이 집중 물갈이 대상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떨어지는 대통령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것은 모두 한국당 덕분"이라며 공공연히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 영남권 한 중진 의원은 "영남권 전체에 대한 물갈이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한국당 중진 의원은 "대통령지지도가 떨어지는 반사적 이익에 따른 무게중심이 한국당에 오는 것 같으니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 아니겠냐"며 "공천도 아닌 지구당위원장 바꾸는데 사활을 걸듯이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부산은 물갈이 대상 1순위로 꼽힌다.

지난 20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부산은 물갈이 청정지역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주도한 공천파동 과정에서도 단 한명 바뀌지 않았다. 이로 인해 부산지역 한국당 의원 11명의 평균 선수는 3선이 넘는다. 18석 중 지금은 민주당이 3분의 1인 6석을 가져가 보수텃밭 붕괴의 단초가 됐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부산부터 무너지며 드루킹으로 고전했던 경남 뿐 울산까지 민주당에게 싹쓸이 당했다. 다음 총선에서도 부산이 무너진다면 한국당은 TK당으로 고립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탄핵과정에 탈당과 복당을 번복의 중심에 있어 당 분열 원인제공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꽃길과 텃밭을 이야기하자면 TK를 빼 놓을 수 없다.

최순실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가장 중심 표적이 될 수밖에 없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이미 대구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홍의락 민주당 의원이 보수아성을 허문데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구미시까지 넘겨줘 경북까지 금이 갔다. 20대 총선에서 물갈이가 많이 이뤄진 곳이긴 하지만 진박의 근거지처럼 낙인찍혀 있는 것도 물갈이를 피해가기 어렵게 한다.

경남과 울산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김해·양산 등 낙동강 벨트가 이미 민주당에 허물어진데다 지방선거를 통해서 한국당 거점은 농촌중심지인 서부경남권만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영남권의 물갈이를 통해 보수전체에 쇄신 의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피를 묻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도부의 물갈이 분위기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다.

PK 지역 한 중진의원은 "지금은 물갈이 할 때가 아니라 선수가 높은만큼 축적된 인적자산을 활용해 대안정당으로 나설 때"라며 "말은 앞서지만 현실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잘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친박 한 의원은 "어느 한 계파만을 지목한 느낌이 있다"며 "보수궤멸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들도 같이 책임지지 않으면 누구도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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