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규제만 1000개 넘어

자본시장 질적 도약 위해 취지 맞게 개정해야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제정했던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자본시장은 걸음마 수준으로 글로벌 IB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애초 법 제정 당시 가졌던 근본정신이 훼손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14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10년의 평가와 과제’ 세미나에서 “자본시장법은 제정 당시 기획했던 의도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했다”며 “10년이 지난 지금은 근본정신마저 훼손된 모습이라 평가하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최 의원은 “영국과 호주 등 원칙 중심의 법을 참고해 다시 한 번 자본시장법을 평가하고 원래 취지에 맞게 개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자본시장 관련 학회들이 이론적 뒷받침을 해준다면 자본시장이 질적으로 도약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자본시장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통된 인식하에서 자금중개기능 강화 및 자본시장의 역할 제고, 증권사의 경쟁력 향상, 대형 IB 육성 등 자본시장의 빅뱅을 가져오기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장의 분위기를 바꿨다. 자본시장의 발전보다 ‘투자자 보호’와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더 중요했다. 특히 자본시장법이 처음으로 시행된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때라 금융규제가 그 어느 때 보다 강화된 시기였다. 전 세계가 보수적으로 변화되면서 자율보다 규제를 강조하게 되고 포괄주의가 훼손됐다. 이에 따른 자본시장법과 하위 시행령, 시행규칙, 행정규칙에 따른 규제 수는 1000개가 넘는다.

윤태한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포괄주의 규율체계를 기치로 한 자본시장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업무위탁, 부수업무 등이 사실상 사전 승인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차이니스 월 등 유연성이 부족한 규제 방식으로 자본시장법의 시너지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10년간 4차 산업혁명, 핀 테크 발달을 통한 거대한 사회·경제적 변화는 새로운 상품과 시장변화에 대한 더욱 유연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며 “법제도상 불명확성을 해결하고, 새로운 상품과 시장의 변화를 신속히 반영하는 탄력 있고 유연한 법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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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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