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국회파행 대비 비상체제 돌입

"법안 통과 없다, 시행령으로 성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정부부처에 법안 통과를 기대하지 말고 행정입법으로 성과를 내라고 독촉하고 나섰다. 반조국 연대로 묶인 보수진영이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총선 전에 주요 법안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17일 여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내일 있을 사법개혁 관련한 당정협의는 피의사실 공표 금지 문제 등을 포함해 사법 개혁 전반에 대한 내용이 테이블에 올라올 것"이라며 "사법개혁법안에 대한 부분도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내규나 시행규칙, 시행령 등 행정입법을 통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점검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하는 이인영-나경원-오신환 |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오른쪽 부터),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그는 "부처에 공정거래법이나 서비스발전기본법 등 국정과제 주요 법안과 관련해서도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하지말고 시행령 등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서비스발전기본계획을 준비하거나 하는 게 이런 전략 가운데서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이날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한국당이 강하게 나오면 정기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예산안은 법정시한이 있으니 처리가 될 테고 법안은 통과되는 게 없을 것"이라며 "법 통과를 못하더라도 시행령이나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행정입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한 것은 '총선전 야당의 강한 반대'와 함께 '성과를 내야 하는 절박함'이 결합한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3년째 가까이 되는 시점에 치러지는 4.15 총선은 '중간평가'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야당의 전략은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 실적을 지적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한일, 한미관계와 '통미봉남'의 남북관계 등 부실외교를 집중부각하고 서민들의 궁핍한 삶과 정의롭지도 공평하지도 않은 교육을 부각시켜야 한다. 총선승리를 위한 야당의 좋은 공격포인트로 반조국연대가 만들어졌다. 정기국회에서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예산안 심사를 통해 청와대 공략에 집중하고 현 정부에서 요구하는 주요 법안통과는 철저하게 무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 여당 중진 의원은 "총선전 정기국회에서는 여당이 지목한 주요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야당이 성과를 낼 수 있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와 연관된 법안을 통과시켜주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와 여당은 총선에서 유권자에게 '성과 성적표'로 승부를 걸 수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남북 해빙무드가 크게 작용한 것처럼 내년 총선에서도 경제지표, 대북, 검찰개혁 등의 성과로 '중간평가론'을 막아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문 대통령이 전날 고용의 양과 질이 크게 개선된 점을 부각시키면서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16일 자유한국당이 정기국회 첫 일정인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루 전날 거부하고 나선 것은 법안심사에 협조적이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합의한 내용을 시행 하루 전에 '불가'입장으로 선회하는 등 예측 불가능한 국회 운영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정부질문은 많은 국무위원들이 대통령 순방 수행으로 국회 참석이 어렵다는 점에서 이달 26~30일과 10월 1일로 연기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10월 2일부터 열기로 한 국정감사나 10월 22일로 예정돼 있는 예산안 시정연설 역시 변경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당 핵심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야당이 정부와 청와대를 공격할 수 있는 국정감사, 대정부질문 등을 보이콧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황교안-나경원 원내외 이중전략이 서로 잘 맞지 않고 있어 의외의 변수들이 계속 남아있다"고 말했다.

박준규 구본홍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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