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원 ‘위그르법’ 통과, 중 반발

외국인, 5조원 20일 연속 순매도

미중 충돌이 이어지면서 세계 증시가 급등락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홍콩 사태에 이어 미국 하원이 중국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처우와 관련한 제재법안을 가결하면서 향후 무역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미중 1단계 무역협상이 연내에 타결될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중국과 무역합의가 내년 대선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고 말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하지만 4일(현지시간) 미중간 1단계 무역합의 타결에 근접했다는 보도들이 나오면서 뉴욕증시에서 주요지수는 전 거래일과 달리 소폭 상승세를 보이는 등 오락가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트럼프의 말은 즉흥적 발언일 뿐이며 미중 무역협상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는 “중국과의 무역협상은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하원이 ‘위구르 법안’을 가결해 정치적 긴장이 한층 고조되는 등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 이 법안은 위구르족 탄압에 관여한 중국 인사들에 대한 비자 제한과 자산동결 제재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대미 무역협상에서 시간을 정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의 위구르법안 통과와 관련하여 중국은 정당한 권리와 국익을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무역 협상에 차질을 줄 수 있음을 경고했다.

위구르 법안이 가결되면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이 포함된 ‘신뢰할 수 없는 실체명단’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도 앞서 제기된 바 있다.

이미 중국은 미국의 홍콩 문제 개입을 이유로 당분간 미국의 항공모함 등 군함의 홍콩 기항을 허용하지 않고 미국국가민주기금회(NED)와 휴먼라이츠워치 등 5개 미국 비정부기구(NGO)를 제재하기로 했다.

중국은 미국이 홍콩의 정정을 불안하게 하는 이유를 글로벌 투자자금이 중국으로 흘러드는 것을 방해하는 전술의 일환이라고 믿고 있다. 미국은 중국으로 갈 자본이 자국 내로 흘러들길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일신문 12월 3일자 11면, 4일자 10면 ‘트럼프 무역전쟁, 달러패권에 어떤 영향 미칠까’ 기사 참조>

중국은 심각한 문제에 봉착한 상태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흘러들어와야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을 향한 야심찬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돈을 댈 수 있다. 미국은 외국계 투자자금이 중국으로 흘러드는 통로인 ‘홍콩-상하이 커넥션’을 막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홍콩 사태 개입이 계속 성공한다면 중국으로선 현재 일대일로 계획을 중단하거나 아니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중국이 트럼프의 홍콩 인권법 서명이나 위그르 결의안에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 크리스 존슨은 “중국이 우려하는 요소가 하나 더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양국 갈등에) 불쏘시개와 연료를 추가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타결 기대감에 상승하던 국내증시는 수급 악재에 다시 휘청이는 모습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0거래일에 걸쳐 5조원 규모의 순매도 행진을 벌이고 있다. 코스피는 또다시 2000선을 유지할 수 있느냐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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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김은광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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