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또다시 반갑지 않은 계절이 돌아왔다. 늦가을 겨울 봄. 지난 3년간 미세먼지가 나쁜 날은 대부분 11월에서 4월 사이였다. 정부는 2000년 초반부터 미세먼지 저감에 안간힘을 쏟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세먼지 정책은 크게 세가지로 구분한다. 처음부터 미세먼지 배출을 억제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미세먼지가 배출되었다면 이를 저감시키는 것이 두번째이다. 마지막으로 미세먼지 정보를 국민에게 알려 스스로가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억제 어려우면 낮추는 방향으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시 공공기관의 차량 2부제가 실시된다. 일각에서는 기대한 만큼 미세먼지 농도가 억제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또한 노후 화력발전소 가동을 줄여 미세먼지를 잡겠다고 했으나, 효과를 보는 지역이 넓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인공강우 실험도 하였으나, 그 결과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다.

미세먼지 배출억제 정책이 한계가 있다면 저감시키는 방향으로 눈을 돌려보자.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도시는 해안가나 내륙 분지에 위치한다. 해안가에는 낮에는 바다에서 해풍이 불어오고, 밤에는 육풍이 분다. 내륙 도시에는 낮에는 골짜기에서, 밤에는 산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대기정체가 심한 내륙 도시에 한정해 보자. 해가 지면 도시 주변 산지에서는 청정한 공기가 만들어진다. 이 공기는 차갑고 무거워 중력 방향을 따라 도심으로 흘러들어온다. 바람이 흐르는 통로를 우리는 바람길이라 부른다. 도시의 대기순환을 원활히 하고, 바람길 내 식재된 식물은 미세먼지를 흡수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바람길이 도시계획 요소로 보편화되었다. 예로 독일 남부 산업도시 슈투트가르트(Stuttgart)가 있다. 이곳은 주변 흑림(Schwarzwalt)의 산림이 도시의 25%를 차지한다. 도시 내 평균 풍속이 2m/sec로 약하여 대기오염 물질이 정체되는 날이 많았다. 1970년대 말부터 바람길을 토지이용계획과 건축물 설계에 적용하여, 흑림의 차고 신선한 바람을 도심 내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

대기오염물질 감소, 열섬 완화 효과도

국내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완전 밀폐된 챔버 내에서 PM2.5 미세먼지와 실험식물을 배치한 후 8시간 동안 30분 간격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했다. 주목 꽝꽝나무 아이비 등이 69~82%의 미세먼지 저감량을 보여주었다.

한번 도시가 만들어지면 건축물은 적어도 30년, 도시 공간구조는 몇백년 이상 지속된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신도시나 도시재개발을 할 때 바람길을 열자. 건축물의 고도제한, 개발가능지의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도시에 바람길이 조성되고 녹지대가 풍부하다는 것은 비단 미세먼지 저감 효과뿐만 아니라, 오존과 같은 대기오염 물질을 감소시키고 도시 열섬을 완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자연환경이 주는 혜택을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지혜롭고 현명한 개발을 시도해 보자. 바람길 조성이 그 출발점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