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안펀드 · 회사채신속인수 등 국한

“과거 방식 벗어나 보다 과감하게”

정부 보증으로 한국은행 적극 나서야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발표한 10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방안과 관련해 규모를 확대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과거 정책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과감하고 창의적인 대책마련을 주문했지만 24일 발표된 ‘금융시장 안정화방안’은 기존 정책에 지원규모만 늘렸을 뿐이다.

25일 현 석 연세대 동아시아국제학부 교수(전 자본시장연구위원)는 “코로나19 사태는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에 과거 경험에 비춰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과감하고 큰 규모로 해야 한다”며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이라서 기존 틀을 깨는 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시장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금융시장안정화 대책은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당시 시행했던 방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기업의 회사채 매입을 위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와 회사채발행지원(P-CBO, 6조7000억원), 화사채 신속인수제(2조2000억원), 증권시장안정펀드(10조7000억원) 등이다. 현재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항공사와 두산중공업 등에는 회사채 신속인수를 통해 우선적으로 자금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전단채 등의 규모가 116조원에 달하는 만큼 사태가 장기화되면 기존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현 교수는 “시장불안을 잠재우고 안정화 대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차원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며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개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23일 무제한 양적완화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뿐만 아니라 회사채까지 매입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한국은행법(한은법) 68조1항은 ‘국채·정부보증채·금융통화위원회가 정한 유가증권’의 매입을 명시하고 있다. 다만 2항에 ‘유가증권은 자유롭게 유통되고 발행조건이 완전히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한정한다’는 단서조항이 있다. 손실 위험이 전혀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

정책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일절 손실을 보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정책금융기관이 직접 보증을 서야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한국은행에 대한 불만을 터트렸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해 정부가 직접 보증을 서고 한국은행이 회사채 등을 매입하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정부가 보증을 서면 한국은행은 손실을 보지 않는다. 현행법을 우회해서 한은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한국은행 출신의 한 금융권 인사는 “회사채 등을 직접 매입할 수 있게 한은법을 개정하거나 대통령 긴급재정명령권 발동에 따른 정부 보증으로 한국은행이 회사채 등을 매입하고 이후 국회의 승인을 받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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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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