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긍정적이지만 미흡”

신속한 회사채 · CP 인수 필요

“현행 한국은행법으로 가능”

길게 줄지어 지원상담 기다리는 소상공인 | 25일 오전 대구시 북구 칠성동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 북부센터에 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 1천여명의 소상공인이 길게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한국은행이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과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 및 대상증권 확대를 내용으로 한 ‘한국은행 공개시장 운영 규정과 금융기관 대출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과 일본, 유럽의 중앙은행이 대대적인 양적완화를 통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한은이 그동안 법적으로 어렵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 일자 뒤늦게 대응에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늘려주는 이번 조치에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직접 매입으로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조치 등은 빠져 여전히 미온적이라는 지적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정책금융기관이 시장에서 자금을 끌어다 공급하는 수준으로는 부족하고 한은을 통한 ‘뉴머니’를 공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6일 금융권과 정책금융기관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외화표시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지만 목표했던 자금이 모이지 않아 어려움을 겪다가 10억2000만달러를 조달했다.

수은 관계자는 “국제금융시장이 급속도로 경색되고 있다”며 “3년물 외화채권의 경우 금리를 높여도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정부와 같은 수준의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는 수은이 해외에서 겪은 자금조달의 어려움은 다른 금융기관이나 일반 기업들에게는 더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100조원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중 산은의 지원규모는 16조 6000억원이다. 산은도 수은과 마찬가지로 산업금융채권(산금채)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국내 금융시장도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다. 신용등급이 AA인 하나은행은 후순위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했지만 목표액을 채우지 못했다.

한은은 한국은행법에 리스크 있는 유가증권의 매입을 금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학자들은 현행법으로도 회사채 매입 등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법학회 회장을 지낸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영역으로 봐야 한다”며 “한은에서 회사채 매입이 불가능하다고 해석하는 단서조항 역시 금통위원들이 해석할 영역”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현행법으로도 한은의 회사채 매입을 가능하지만 특이하게 한은법에는 금통위원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고 있다”며 “자칫 천문학적인 배상금액이 나올 수 있는 결정을 금통위원들이 하기 어렵고, 한은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진짜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26일 금융회사가 보유한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주 1회 정례적으로 매입하고,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8개 공공기관 발행채권과 일반 은행채를 4월 1일부터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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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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