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여당 '속도전'에 야당 '송곳 검증'

인사청문회·공수처, 지지층 결집 총력전

"여당 강공 어려워 … 대화·타협·절실"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 이후에도 여야간 팽팽한 긴장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의 일방통행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사안마다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3차 추가경정예산안, 인사청문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추천 등을 놓고 여야간 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29일 여당 핵심관계자는 "6월국회 마지막날인 7월 4일이 토요일이기 때문에 7월 3일까지 3차 추경안을 통과시키려면 4일 정도 남아 있다"며 "반드시 6월국회안에는 통과시켜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보고받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 |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원 구성 논의를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앞둔 김태년 원내대표로부터 보고 받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그러나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000억원을 나흘 만에 심사를 마무리한다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이번 추경안의 세출증액 내역만 해도 299개 사업의 23조5024억원이다. 세출감액내역을 보면 987개 사업의 7조5281억원이다. 심사항목이 1300개에 근접할 정도로 적지 않다는 얘기다.

'6월국회 내에 통과시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여당의 속도전에 맞서 야당은 '송곳 검증'을 예고하며 선전포고를 해놓은 상황이다. 야당은 세입추경규모에 대한 적절성, 재정건전성 악화, 한국 뉴딜의 허점, 과거 추경의 집행률 부진 등 거시·미시적 문제를 두루 따질 예정이다.

'속도전'에 주력하는 민주당 입장과 꼼꼼하게 살펴보려는 야당 전략이 '조기 통과'를 불투명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6월국회 통화 불가능'얘기가 나올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7월 15일 출범 예정인 공수처의 처장 후보 제출을 요구해놔 이를 두고도 여야간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공수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상태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뿐만 아니라 공추처장 추천위원 추천도 미룰 가능성이 높다.

이에 앞서 공수처장 인사청문회 포함을 골자로 한 국회법, 인사청문회법과 공수처법에서 위임한 공수처장 추천관련 규칙안 통과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할 전망이다. 야당이 관련 법안 통과에 강도높게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

인사청문회가 복병으로 더해졌다. 청와대 검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이미 내정발표된 권익위원장, 방송통신위원장, 경찰청장 인사청문회가 7월 국회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여당은 '윤리 비공개 청문회 법안'을 내놓았다가 야당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21대 첫 인사청문회인데다 여권 도덕성 타격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야당이 후보 검증에 전력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또 상임위가 정상적으로 가동될 경우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각종 현안들이 각 기관 업무보고 과정에서 수면 위로 올라와 여야간 갈등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한명숙 사건 재수사, 추미애-윤석열 갈등, 이재용 구속 여부, 금융세제개편안 관련 증세 논란 등 다양한 현안이 국회 안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또다른 여당 핵심관계자는 "원구성 이후에도 여야간 대화와 타협의 사안들이 줄지어 있다"면서 "여당이 모든 사안을 176석으로 계속 밀어붙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법안소위에서 야당이 잡고 버티면 어떻게 할 것이냐"면서 "여야간 합의를 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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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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