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결국 시행함에 따라 미국이 강력한 대응조치를 공언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30일(현지시간)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 원칙 포기를 비판하면서 철회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NSC는 "베이징은 이제 홍콩을 '한 국가, 한 체제'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도 그렇게 해야 한다"며 "우리는 베이징이 즉각 항로를 되돌릴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베이징의 국가보안법 통과는 중영 공동선언에 따른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며 "미국은 홍콩의 자유와 자치를 질식시킨 사람들에 대해 계속해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4년 중국과 영국이 체결한 '중·영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은 홍콩이 1997년 중국 반환 이후로도 50년 동안 현행 체제를 유지하고,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입법 사법 행정 교육 등의 분야에서 자치권을 인정하는 '일국양제' 정신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회의를 통해 홍콩보안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홍콩은 현지시간 30일밤 11시부터 법 시행에 들어갔다.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 법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미국은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박탈'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강력하게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통해 단순경고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날 중국의 대표 IT기업 화웨이와 통신업체 ZTE(중싱통신)를 미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공식 지정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 기업이 이들 회사의 신규 장비 구매나 기존 장비 유지를 위해 정부 보조금을 사용하는 것이 금지된다. FCC는 지난해 11월 두 회사를 미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대상으로 지정하기로 의결했으며 이날 명령은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은 성명에서 "화웨이와 ZTE 모두 중국 공산당, 중국의 군사기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 공산당이 네트워크 취약점을 악용하고 중요한 통신 인프라를 훼손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고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미 상무부는 전날 중국의 홍콩보안법을 이유로 들어 자국 법률에 보장된 홍콩특별지위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성명에서 "수출 허가 예외 등 홍콩에 특혜를 주는 미 상무부의 규정을 중단한다"면서 홍콩의 특별대우를 없애기 위한 추가 조치도 검토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전날 홍콩에 대한 국방 물자 수출을 중단하고, 홍콩에 대한 민·군 이중용도 기술의 수출 중단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태도 역시 강경하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홍콩 특별대우 박탈에 대한 질문에 "중국의 홍콩보안법 추진에 대한 미국의 방해 시도는 절대 실현될 수 없다"면서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행동에 필요한 반격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철 기자 · 연합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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