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철 공공병원설립운동연대 상임대표 / 목사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면서 공공보건의료 강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질병관리본부의 행태를 보면 현 정부가 정말 공공의료를 강화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것이 고집스럽게 경제성이란 잣대로만 공공보건의료를 평가하는 KDI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정부도 사회적 가치와 지역균형발전, 국민의 건강권 실현을 위해 공공보건의료 강화 정책을 펼치는데 KDI는 여전히 경제성이라는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공보건의료기관 확보는 국가 의무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6월 23일 중부권 감염병전문병원으로 공공의료기관이 아닌 민간의료기관을 선정했다. 이 무슨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이번 코로나19에서도 공공의료기관은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공공보건의료를 감당하지만 민간의료기관은 이익이 나지 않으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3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보건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공공보건의료 사업을 추진해야 하고 이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충분한 수의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을 확보해야 한다’고 의무로 정하고 있다.

또 7조에선 공공보건의료기관은 의료급여환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의료와 장애인 등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부족한 보건의료, 재난 및 감염병 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공공보건의료,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에 관련된 보건의료, 교육·훈련 및 인력 지원을 통한 지역적 균형을 확보하기 위한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것을 의무로 정하고 있다. 이렇듯 공공보건의료는 민간의료기관이 아닌 국가나 지자체가 책임감을 갖고 담당해야 하는 영역이다.

그러려면 최소한 70개 중진료권에 1개 이상의 공공의료기관이 있어야 한다. 민간의료기관이 기피하는 농어촌지역은 시군구 단위로 공공병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문재인정부의 공공보건의료발전 종합대책도 실효를 거둘 수 있고, 필수의료 전국민 보장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러기에 제대로 된 공공보건의료 체계를 갖추려면 먼저 공공병원을 얼마만큼 언제까지 확충하겠다는 계획이 전제되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공공보건의료정책이라도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손발과 같은 공공의료기관이 충분하지 않으면 실현 불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대전의료원 설립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도 여전히 KDI는 경제논리로 평가하고, 공공보건의료의 사회적 편익을 아주 값싼 것으로 치부해버리고 있다.

대전의료원 설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지역공약사업이다. 올해 복지부의 지역의료강화대책에서도 대전동부권에 설립하겠다고 발표되었고, 이번 코로나19 이후 전국단위 집단 감염병 치료 및 관리를 위해서도 설립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공공보건, 자본 편익논리 벗어나야

대전의료원 설립은 공공보건의료 강화의 바로미터다. 그러기 위해 KDI는 공공보건 편익을 단순히 자본의 경제논리가 아닌,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값비싼 사회적 편익임을 깨닫고 새로운 방식으로 분석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필수의료체계 중 하나인 지방의료원설립은 경제성 분석이 아닌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으로 지정해야 한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