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공장부지 추가투자 없이

15년째 80% 이상 방치해

지가상승 후 분할매각 추진

대구시 도심에 자리잡은 성서산업단지에는 15년째 본래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는 대규모 산업용지가 있다. 조성원가 수준의 낮은 가격으로 분양받은 기업이 극히 일부만 공장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야구장 등으로 사용하거나 놀리고 있다. 이 부지는 대구지하철 2호선과 도보로 불과 5분정도 거리에 있으며 인근에 대학과 병원 아파트 공원 등이 있어 성서산단에서 가장 알짜배기 땅으로 꼽힌다.

대구시 달서구 성서산단의 희성전자 대구2공장 상황이다.

대구 도심산단 알짜 산업단지에 2012년 12월부터 공장이 아닌 야구장이 건립돼 있다. 희성전자는 저가에 분양받은 산업용지의 대부분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방치해 투기의혹을 받아왔다. 대구 최세호 기자


희성전자 부지가 인근의 1공장 매각을 추진하면서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받은 땅에 공장을 짓지 않고 놀리다 되팔려 하면서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투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희성전자는 2006년 9월 대구 2공장부지 10만2511㎡를 3.3㎡당 72만9000원에 분양받았다. 수백만원이었던 당시 주변시세에 비해 파격적이었다. 당초 2공장을 건립하며 전체 부지의 30%를 사용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는 15.6%만 사용했다.

대구시는 희성전자에 산업용지를 분양하면서 관련규정에 따라 7년간 처분금지등기를 했기 때문에 2011년 12월 이전까지는 임의로 처분할 수 없었다. 그러나 희성전자는 분양 후 처분금지기간이 지난 현재까지 추가 투자 없이 분양받은 땅을 방치했다.

희성전자는 임시방편으로 2000억원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공장설계용역을 의뢰하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추가투자를 하지 않았고 2018년 초부터는 2공장을 가동조차 하지 않았다.

대구시의 산업단지 사후관리도 도마에 올랐다. 시민혈세로 조성한 산업단지를 조성원가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받은 기업이 지가상승의 이윤을 챙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는 당시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환수방안을 검토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법률자문 결과 공장기준면적율(12%) 이상을 사용하고 있어 환수조치가 불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았기 때문이다. 시는 결국 희성전자에 추가투자만 거듭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1년 부동산 투기의혹이 제기될 당시 대구시 안팎에서는 "관리대상기간 연장, 법률해석 혼돈방지를 위한 법률개정, 미사용 용지 환수규정 명문화 등의 사후관리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2001년 설립한 희성전자 1공장도 최근 다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공장 인근의 1공장 부지는 3.3㎡당 48만8000원에 분양받은 약 4만3000㎡다. 희성전자는 1년 전부터 1공장을 2공장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매물로 내놓았다. 알짜 산업용지라 기업들의 매입수요는 많지만 대부분 소규모로 분할해 매입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구시는 분할매각에 난색이다. 연구개발특구 관리계획에 1만6500㎡(5000평) 이상의 대규모 산업용지의 분할은 대구시와 협의하도록 규정돼 있고 시도 산업단지 영세화, 기업유치 걸림돌, 특혜논란 등을 이유로 분할매각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대해 희성전자 관계자는 "2공장은 현재 다른 사업 진행을 위해 대수선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부동산투기 의혹은 수출로 이익을 창출하는 제조업체에 맞지 않는 주장이며 1공장은 사업개시가 20년이 넘었고 주력사업이 쇠퇴함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 후 2공장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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