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녹·청 소자 수직적층 기술 구현 … "하반기 4마이크로미터 수준 선보일 것"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국계 기업 선다이오드가 마이크로LED 분야에서 업계를 선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진모(오른쪽) 선다이오드 대표와 이성수 부대표가 미국 캘리포니아 사무실에서 100마이크로미티 픽셀 마이크로LED디스플레이 시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선다이오드 제공


선다이오드는 지난달 미국 LA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디스플레이 위크 2023'에서 자체 개발한 마이크로LED 기술로 최우수 시제품상을 받았다. SID디스플레이 위크는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학회인 SID가 매년 개최하는 행사다. 이 행사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최고수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마이크로LED = 마이크로LED는 전류를 가하면 스스로 빛을 내는 마이크로미터(㎛) 크기 반도체소자(LED)다. 마이크로LED디스플레이는 이를 이용해 디스플레이를 구현한 것이다.

마이크로LED를 이용하면 백라이트나 컬러필터 없이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다.

소자 크기가 작아진 만큼 높은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고 색도 선명하다. 특히 전력사용량이 적고 수명도 길다. 자체 발광한다는 측면에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같지만 유기소재가 아닌 무기물인 질화갈륨(GaN)을 사용하기 때문에 발광효율이 높고 OLED 단점인 번인현상도 없다. 디스플레이를 제작할 때 전체를 한꺼번에 찍어내는 방식이 아닌 소자를 이어 붙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크기 제한도 없다. 이 같은 장점들 때문에 OLED 뒤를 있는 차세대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다. 큰 면적의 디스플레이가 필요한 TV는 물론 증강·가상·혼합(AR·VR·MR)현실기기처럼 고해상도 영상이 필요한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클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작 공정·시간 획기적으로 줄여 = 업계에 따르면 다양한 마이크로LED 장점 때문에 세계 주요 기술 선진국과 빅테크 업체들이 이 기술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고급형 TV를 생산하는 기업은 물론이고 높은 해상도가 필요한 VR·AR기기를 제조하는 애플 메타(페이스북) 등도 이 기술에 대한 요구가 높다.

기존 기술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3개의 적·녹·청 LED를 각각의 반도체 공정을 통해 칩형태로 제작하고, 디스플레이 기판에 수평으로 배열하는 전사공정을 거치게 된다. 또 디스플레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수백만개의 화소를 형성해야 하는데 시간이 무척 오래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선다이오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녹·청 마이크로LED 소자를 수직으로 적층한 새로운 구조를 개발했다. 또 3개의 수직적층한 마이크로LED 칩을 독립제어하기 위해 다중접합 LED구동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고해상도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를 제조하는데 필요한 공정 단계와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선다이오드 관계자는 "기존 업체들은 여러 난제로 인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인 마이크로LED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선다이오드가 개발한 기술은 마이크로LED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 과학자 2명이 시작 = 선다이오드의 마이크로LED 기술개발 성공 배경에는 두명의 한국인 과학자의 열정과 국내 중견의류업체인 원풍물산의 지원이 있다.

선다이오드는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물리학박사인 김진모 대표와 미국 위스콘신대 메디슨캠퍼스 화학박사인 이성수 최고기술책임자가 의기투합해 2006년 설립한 회사다. 설립당시에는 나노기술을 바탕으로 고효율 태양전지 개발이 목표였다. 하지만 2010년 12월 마이크로LED 연구개발로 전환했다. 두 창업자 모두 미국의 유력 LED 회사에서 일을 했던 경험이 있었고, 마이크로LE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 큰 영향력을 가질 것에 의견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이크로LED 시제품을 내놓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이때 재정적 도움을 준 기업이 원풍물산이다. 원풍물산은 초기 자금 300만달러를 시작으로 선다이오드의 마이크로LED 개발을 뚝심있게 지원했다.

이두식 원풍물산 대표는 "2021년 4월 100마이크로미터 픽셀이 초기 시제품을 개발하기까지 주주들로부터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두 창업자의 열정과 기술력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다이오드가 개발한 기술은 거대 디스플레이 기업들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를 해결한 것"이라고 "하반기 4마이크로미터 픽셀 시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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