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 놀이처럼 습득

대학에서 창업으로 연결

장기불황과 4차산업혁명의 도래로 학생들의 장래에 대한 불투명이 늘어난 가운데, 학부모들은 진로·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원정책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었다. 내일신문의 학부모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9%가 '국가 차원의 진로·직업교육 지원정책 확대'에 동의했다.

문제는 정부가 불확실한 미래사회에 적합한 '4차산업혁명 교육'에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예측하기 어려운 급격한 변화의 상황에서 뭘 준비해야 되는가, 어떤 인재가 필요한가를 먼저 정리해야 한다"며 "인공지능 발달로 인간의 직업은 기계로 대체될 것인데 유연하고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4차산업 교육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정해진 답, 짜여진 길을 걷는 아이들이 대학에 간다 해도 미래사회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불확실한 미래사회를 예측하지 못하고,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는 게 교육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발 빠른 학원들은 벌써 초등학부모를 대상으로 코딩교육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코딩, 3D 프리팅, 소프트웨어 교육을 사교육시장을 통해 '선행학습' 하는 셈이다. 하지만, 교육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가 위기감이나 불안심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자유학기제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미래사회에 대비한 융합창의교육을 한다고 해도 학부모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내용이 맛보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사교육시장을 기웃거린다는 지적이다.

진로체험 페스티벌에서 드론 설명을 듣는 부총리


전문가들은 단편적인 대응은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코딩교육이나 소프트웨어 교육을 교육과정의 한 영역으로 규정하기보다, 문제해결능력에 도움이 되는 교육과정의 일부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국가차원에서 미래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 매뉴얼을 갖추고 여기에 맞는 인간형을 길러내야 생존할 수 있다고 주문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중고생들이 '진로와 직업(선택교과)'의 채택 비율을 높일 수 있는 '진로교육 로드맵'을 완성했다. 핵심내용은 창업·창직의 개념과 사례, 기업가정신과 근로문화를 이해하고 단계별로 준비하는 방법, 심리조절(mind control), 대인관계기술 및 상담 등이다. 이에 따라 진로교육 집중학년 학기제 시범·연구학교를 지난해 92개에서 올해 220개교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진로교육 내용을 미래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얼마나 잘 구축해 시행하도록 하는가다. 이미 한물 간 직업세계를 탐색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게 학부모와 일선 교사들의 지적이다.

김선희 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회 대표는 "초등학교 때는 전문가 교육보다 놀이나 흥미 위주로 기본교육만 시키면 될 것 같다. 그러다 대학에서 전문가 과정을 배우고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며 "이러한 과정들이 4차산업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도만 알면 된다. 정규과목으로 지정하면 옥상옥이 될 수 있다. 공교육에서 점수화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내일신문은 학부모의 정확한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여론조사 전문기관(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정량조사와 정성조사를 실시했다.

전국의 초등 학부모와 중등학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정량조사(여론조사)는 3월 3일부터 7일까지 4일간 실시했다. 표본수는 교육부가 제공한 2016년 4월 기준 지역별 초등학교 및 중학교 학생수 현황을 기준으로 할당했다. 할당된 표본수는 사전에 수집된 온라인 패널 DB를 활용해 무작위로 추출했다.

다만 초등학교와 중학교 자녀를 모두 가진 학부모 비율이 불분명해 초등·중등 학부모별 할당은 적용하지 않고 지역별 할당만 적용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이다.

교육담당자들의 심층 의견을 토론방식을 통해 추출하는 정성조사는 3월 16일 내일신문사 회의실에서 실시했다. 토론에 참여한 사람은 조 벽(HD 행복연구소 소장), 김선희(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회 대표), 노유경(서울 화계중학교 교장), 정제영(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김정진(학부모) 등 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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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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