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차원에서 기반 구축 … 1순위는 영유아단계부터 질 높은 보육·교육서비스 제공

한국 교육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길게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 짧게는 정권교체기를 맞아 교육환경과 정책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차기대선후보들은 교육부 폐지나 국가교육위원회 신설 등 조직개편이 불가피하다며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내일신문은 수요자인 학부모와 교육 담당자들의 심층 의견을 확인하는 기획, '한국교육, 학부모에게 길을 묻다'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내일신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중등 학부모들은 차기정부가 시급하게 시행할 교육정책으로 '영유아단계부터 모든 학생에게 질 높은 보육과 교육서비스'(47.9%, 1+2순위)를 더욱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다음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창의적 인재양성'(46.1%)과 '진로직업교육강화'(40.3%)를 선택했다. '학교교육역량 혁신을 위한 학교자율화'는 36.4%에 그쳤다.

대전 카이스트에서 진행중인 진로캠프. 학생들이 로봇을 제작하며 4차산업혁명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 전호성 기자


중등자녀만 있는 학부모의 경우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창의적 인재 양성'에 무게중심을 뒀다. 조 벽 HD행복연구소 소장은 "미래사회를 4차산업혁명 시대라고 하는데,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재교육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점검해봐야 한다"며 "여기에 대한 해답은 그냥 개개인의 차원만이 아니라, 국가 사회적 차원에서 중요하고 시급하게 다뤄야한다"고 주장했다. 조 소장은 "자유학기제를 기반으로 학교 안에서 교육의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며 "이를 지속가능하게 할 교원양성과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창의융합형인재 육성할 교원양성 시급 = 교육부는 최근 4차산업혁명에 맞는 교육과정을 학교현장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는 세종과 인천지역 학부모 콘서트에서 "2015개정 교육과정은 4차산업혁명을 대비한 미래 인재양성에 적합한 교육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영 교육부 차관도 강원도 학부모들과 토론에서 "세계는 이미 정답 없는 교육으로 방향을 돌렸고, 잠재력을 인정하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며 "학교는 '교사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서 '학생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로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1월11일 서울코엑스에서 진로체험 페스티벌 행사가 열렸다. 이준식 부총리가 천안북일여고 학생들이 만든 미세먼지 로봇과 측정시스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전호성 기자


교실수업 개선에 따른 변화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의 생각을 바꿔놓고 있다. 일선 교사들은 "정답을 정해 놓고 문제풀이를 하는 교육방식은 학교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대신 질문과 창의력을 키우는 수업방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이 올해부터 적용하는 '2015개정교육과정'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내일신문 여론조사에서 '2015개정교육과정을 통한 학교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82.4%에 달하는 것도 학교교육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창의인재양성 수업이 자유학기제에서 출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유학기제는 토론수업, 거꾸로 수업, 모둠수업, 진로탐색 등 교사중심에서 학생중심으로 수업형태를 바꾸고 있다. 학부모 73.0%가 자유학년제를 요구하는 것도 미래사회 교육과정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실수업의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의 생각하는 힘이 강해졌다는 것. 문제해결 능력은 대학입시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대학들도 '외우고 문제풀이식' 평가를 서서히 접고, 사고력이 뛰어난 창의융합형 학생을 선발하기 시작했다. 평가 역시 당연히 과정중심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문제는 학생중심 교실수업이 얼마나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는지는 차기 정부 몫이고 숙제라는 게 학부모들의 의견이 강했다. 이를 위해 자유학기제나 자유학년제 운영이 탄력을 받아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교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학기제 순풍을 타야 세계적 추세인 4차산업혁명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도 교원양성부터 교직생애주기별로 학생참여수업 과정평가,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학생별 맞춤형 지원 강도를 높이고 있다. 자유학기제 수업지원단 규모도 300여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항산화 성분 분석하는 순천지역 중고생들


차기정부, 복지 갈등 해소 방안 마련해야 = '복지'는 선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약방의 감초다. 특히 교육복지는 사회 곳곳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선 후보들이 놓치지 않는 분야다. 그동안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교육격차 해소 방안을 제시해왔지만,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박근혜정부에서는 4년 내내 교육복지(누리예산)를 둘러싼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정부와 시도교육청은 '누리예산'에 대한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결국 복지(누리)갈등은 교육정책과 교육행정의 질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교육정책 추진과정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음을 학부모들은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 학부모들은 여론조사에서 교육정책 추진 과정에 '정부와 시도교육청 역할'을 구분해 제시했다. '중앙정부 주도로 보다 책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20.8%) '시도교육청 주도로 자율적 추진'(24.4%)보다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역할을 분담해 함께 추진할 것'(53.3%)을 주문했다. 학부모들은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관계가 지금보다 더 밀접해져야 한다(50.4%)고 지적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정치가 '중립지대'인 교육에 깊게 개입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몫으로 떨어졌다"며 "반드시 차기정부에서 명확하게 가르마를 타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진로·직업 불확실성 증가 … 학부모, 정부 역할 기대 커

['한국교육, 학부모에게 길을 묻다' 연재기사]
① 교육복지정책평가│ '수저계급사회' 유아단계부터 끊어야 2017-03-21
② 차기정부에 바라는 정책과제│ 자유학기제 발전시켜 4차산업혁명 대비 2017-03-22
③ 학부모정책토론회│ "창의성·인성이 미래인재 교육의 핵심" 2017-03-23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전호성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