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보육 통합해야 77.9% … 방과후·돌봄교실 필요하다 89.3%

내일신문-디오피니언 초·중등 학부모 여론조사

한국 교육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길게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 짧게는 정권교체기를 맞아 교육환경과 정책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차기대선후보들은 교육부 폐지나 국가교육위원회 신설 등 조직개편이 불가피하다며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내일신문은 수요자인 학부모와 교육 담당자들의 심층 의견을 확인하는 기획, '한국교육, 학부모에게 길을 묻다'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초·중학교 학부모 대부분은 유아단계부터 질 높은 국가적 교육투자를 주문했다. 내일신문이 진행한 학부모 교육정책 여론조사에서 현재 교육부가 추진 중인 교육복지정책에 힘을 더 실어야 교육격차가 해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찾아가는 학부모콘서트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자유학기제와 2015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전호성 기자


'조기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이원화된 취학 전 아동에 대한 유아교육(유치원)과 보육(어린이집)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질문에 학부모 77.9%가 동의했다.

초등자녀를 둔 학부모는 78.0%, 중학교자녀를 둔 학부모 78.1%가 유·보통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보통합' 찬성 비율은 서울(81.7%), 충북(84.4%), 전북(89.2%), 전남(82.9%), 세종(83.3%) 지역에서 높게 나타났다.

최근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금수저 논란'은 유아교육부터 시작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육격차가 초중고와 대학으로 이어지면서 현대판 신분제도를 형성한 것이다. 이에 교육부는 '사회양극화→교육비 격차→개인 계층상승 차단'이라는 고리를 끊고 '교육의 출발선은 동일해야 한다'며 교육복지정책 손질에 나섰다.

출발도 이전과 달랐다. 공급자 중심 관점에서 수요자 중심의 '교육격차해소'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중앙단위 교육복지사업을 줄이고, 시도교육청과 학교 중심으로 교육복지사업 확대방안을 제시했다. 시도교육청은 '복지정책이 중앙단위에서 일선 시도교육청으로 이동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교육부는 능력과 노력보다 타고난 가정환경에 따라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결정된다는 이른바 '수저계급론'에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방과후학교 돌봄교실 더 확대해야 = '방과후학교나 돌봄교실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은 더욱 높았다. 여론조사에 응답한 학부모 89.3%가 방과후 학교와 돌봄교실을 '현재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불필요하다는 의견은 10.2%에 그쳤다. 현 방과후 학교 운영정책에 관심과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다. 이는 맞벌이, 한 부모 가정, 저소득층 가정 및 사회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데 공교육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방과후 학교나 돌봄교실이 '필요하다'는 주문은 경기(94.4%) 강원(100%) 세종(100%) 전남북(95.8%)에서 높게 나타났다. '돌봄교실'은 2015년과 2016년 여론조사기관과 대학이 진행한 한국 40대 정책평가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해 학부모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잘 나타내고 있는 복지정책이다.

2006년에 시작한 방과후학교 정책은 그동안 정치권 입맛에 따라 굴곡을 겪었다. 따라서 차기정부 교육복지정책에서 중심점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방과후학교 비용 총 규모는 1조1200억원이었다. 이는 전년대비 4.1%p 감소한 수치다. 참여율도 변화를 겪었다. 2009년 이후 지속 증가하다가 2013년(60.2%) 이후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역시 55.8%로 전년대비 1.4%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급별 참여율은 초등학교 58.9%(-1.3%p), 중학교 35.0%(-5.8%p)로 전년대비 감소했고, 고교만 68.3%로 (1.2%p)로 증가했다. 초등학교 돌봄교실 참여율도 4.9%로 전년대비 0.1%p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런 변화는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바라보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간 온도차이 때문이다. 교육부는 현 20.27%인 교부세 안에서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도교육청은 별도 추가예산을 지원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돌봄교실을 보육으로 분류해 지자체 몫으로 돌리고 있어 돌봄 복지정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도교육청이 돌봄교실을 누리과정으로 분류하면서 예산지원이 소홀하다는 학부모 지적도 이런 이유에서 출발한다. 실제 시도교육청 방과후 학교 평균 편성률은 교부액의 58%수준(경기도 36%)에 그치고 있어 지역마다 학부모들이 느끼는 온도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방과후학교·돌봄학교는 사교육비 절감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성균관대 사교육혁신 교육연구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1인당 연간 45만7000원, 중학교는 15만4000원, 일반고교는 26만2000원의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돌봄교실에 참여한 초등학생의 경우도 사교육비 절감 금액이 연간 108만원에 달했다.

정부가 방과후학교와 돌봄학교를 확대해야 할 이유가 다시 확인된 셈이다. 학부모들은 차기정부에서 경계선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교육복지정책'의 매듭을 반드시 풀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떻게 조사했나

내일신문은 학부모의 정확한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여론조사 전문기관(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정량조사와 정성조사를 실시했다.

전국의 초등 학부모와 중등학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정량조사(여론조사)는 3월 3일부터 7일까지 4일간 실시했다. 표본수는 교육부가 제공한 2016년 4월 기준 지역별 초등학교 및 중학교 학생수 현황을 기준으로 할당했다. 할당된 표본수는 사전에 수집된 온라인 패널 DB를 활용해 무작위로 추출했다.

다만 초등학교와 중학교 자녀를 모두 가진 학부모 비율이 불분명해 초등·중등 학부모별 할당은 적용하지 않고 지역별 할당만 적용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이다.

교육담당자들의 심층 의견을 토론방식을 통해 추출하는 정성조사는 3월 16일 내일신문사 회의실에서 실시했다. 토론에 참여한 사람은 조 벽(HD 행복연구소 소장), 김선희(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회 대표), 노유경(서울 화계중학교 교장), 정제영(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김정진(학부모) 등 5명이다.

['한국교육, 학부모에게 길을 묻다' 연재기사]
① 교육복지정책평가│ '수저계급사회' 유아단계부터 끊어야 2017-03-21
② 차기정부에 바라는 정책과제│ 자유학기제 발전시켜 4차산업혁명 대비 2017-03-22
③ 학부모정책토론회│ "창의성·인성이 미래인재 교육의 핵심" 2017-03-23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전호성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