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융합형 인재 육성할 교원 양성 시급 … 부모 불안감해소 정책 펴야 사교육 줄일 수 있어

한국 교육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길게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 짧게는 정권교체기를 맞아 교육환경과 정책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차기대선후보들은 교육부 폐지나 국가교육위원회 신설 등 조직개편이 불가피하다며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내일신문은 수요자인 학부모와 교육 담당자들의 심층 의견을 확인하는 기획, 한국교육, 학부모에게 길을 묻다 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4차산업혁명시대 알파고 등장으로 성공방정식이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믿었던 인재모습, 성공시나리오 등이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알파고 출신 의사 변호사가 활동중이다. 학부모들은 자녀교육에 대해 불안할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시대 교육을 국가가 나서 책임져야 한다는 부모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16일 내일신문 회의실에서 열린 학부모 정책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조벽 HD 행복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16일 내일신문 회의실에서 열린 학부모 정책 토론회 참가자들은 '창의성·인성이 미래인재 교육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사진 남준기 기자


토론회에는 조 소장 외에도 김선희 좋은학교 바른교육학부모회 대표, 노유경 서울 화계중학교 교장,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김정진 서울 신서중학교 학부모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4차산업혁명 시대가 기성 세대에겐 미래지만 자녀들한테는 현실'이라는 점을 지적했고 '창의성과 인성이 미래사회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창의성과 인성'은 기계가 인간을 대신할 수도 능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새로운 시대의 인재양성은 국가가 나서서 풀어나가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조 소장은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에서도 창의성과 인성이 주요 화두였다"며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창의적 인재를 키우는 나라가 리더가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다음은 패널들의 발언을 요약한 것이다.

■정제영: 4차산업혁명시대 가장 큰 이슈는 예측하기 어려운 급격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이 상황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를 찾아야 한다. 또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유연성과 적응력 교육은 생존능력을 키우는 것과 맥락이 같기 때문이다. 인간의 직업세계가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시스템 자체를 개선하는 창의적 역량이 필요하다. 따라서 융합적인 사고나 요즘 뜨고 있는 '메이커'교육도 새로운 교육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인문학적 소양' 교육도 인간 수명연장으로 여유시간이 많은 어른(노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평생교육이 아닌가 한다.

대학 1학년 학생들이 힘들어 하는 게 '자기 시간관리'다.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지배하지 못하고 지배당했기 때문이다. 고교 때까지 짜여진 시간표대로 생활하다보니 스스로 자기시간관리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소통 방식이 디지털화 되고 있다는 점도 사회가 갖춰야 할 기본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자: 4차 산업혁명시대다 하니까 학부모들도 코딩이나 소프트웨 교육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학부모들의 미래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은 어떤지 말씀해 달라.

■김정진: 아이가 자유학기제에서 많은 변화를 경험한 것 같다. 토론수업, 미술시간에 역사를 접목하는 융합수업, 모둠수업 등이 결국 4차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자유학기제가 끝나면서 이런 교육방식이 흐지부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래사회 교육에 대비하기 위해 자유학기제 같은 수업방식을 모든 학년에 적용하는 정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3D 프린팅이나 코딩교육을 반드시 점수화하거나 입시에 평가하지 않았으면 한다. 자연스럽게 놀이처럼 몸에 적응하도록 교육하면 고교나 대학에서 스스로 진로문제 차원에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김선희 : 사실 학부모들은 소프트웨어나 코딩교육을 잘 모른다. 그러다보니 이걸 스펙으로 생각하고 오해를 하는 것이다. 이것 자체가 교육과정에서 하나의 영역으로, 문제해결능력의 과정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하면서 IT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확산되는데 적응력이 떨어지는 학부모들의 위기감은 클 것 같다. 특히 이런 불안감이 자녀교육으로 이어지면서 아이를 사교육으로 내몰고 있는 게 아닌지.

■김정진 : 같은 생각이다. 미래교육과정을 자신이 설정한 프레임에 가둔다는 게 문제다. 학원에서는 초등 3,4학년 아이들을 모아놓고 코딩교육을 한다. 언젠가는 코딩교육이 의무교육과정으로 될 것이라는 우려와 기대 때문일 것이다. 이걸 의무화하면 정규 과목이 될 거고, 교사는 그걸 평가하는 과정에서 서열화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 그래서 학부모들은 스펙으로 생각하고 초등학교 3, 4학년 자녀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 같다.

■노유경 : 일단 우리가 처음에 논의하고자 했던 부분이 미래 사회, 인재 역량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정 교수 말씀처럼 유연하고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나 학부모 고민 내용 대부분이 '2015개정교육과정'에 들어있다. 이는 공교육에서 추구하는 미래사회 인재양성과 거의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 국민들은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다. 창의적 사고능력도 세계적으로 우수하다. 사회자 지적처럼 학생들이 누려야 할 여가와 문화적 향유 즉, 심리적이고 인성적인 부분이 입시중심 교육 때문에 발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놓치고 있지 않나 생각하는데 차기 정부에서는 교육정책에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아이들은 디지털 시대에 의사소통 능력뿐만이 아니라 굉장히 똑똑해 졌다. 말도 잘하고 자기 의사표현도 잘한다. 문제는 의사표현이 자기 이야기만 할 줄 알지 전체를 아우르는 능력은 떨어진다는 점이다. 왜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이나 안목을 기르기가 어려운지 학부모들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다른 학생들과 의사소통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유도 디지털 시대에 고민해야 할 과목이라 생각한다.

학생자치활동을 활발히 하고 싶어도 의사소통 과정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점이다. 공동체적 사고와 행동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려워하는지 대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

대한민국의 유전적 자질을 보면, 잠재적 능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아이들에게 공동체적 능력을 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에서 '2015개정교육과정'의 '자기관리역량'이라는 게 있다.

■정제영 : 사회적 양극화가 너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미래교육 과정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일부에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기계 위에 있는 소수의 지배계급과 기계 밑에 있어야 될 다수의 사람들로 더 심각하게 격차가 벌어진다고 에측했다. 승자 독식 사회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0세에서 6세사이 교육의 차이는 초중고로 이어진다. 유아단계부터 교육격차를 해소해야 할 이유다.

최근 교육부가 제시한 유아단계부터 금수저 논란을 없애겠다는 정책 제시는 긍정적이다.

어떻게 조사했나

내일신문은 학부모의 정확한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여론조사 전문기관(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정량조사와 정성조사를 실시했다.

전국의 초등 학부모와 중등학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정량조사(여론조사)는 3월 3일부터 7일까지 4일간 실시했다. 표본수는 교육부가 제공한 2016년 4월 기준 지역별 초등학교 및 중학교 학생수 현황을 기준으로 할당했다. 할당된 표본수는 사전에 수집된 온라인 패널 DB를 활용해 무작위로 추출했다.

교육담당자들의 심층 의견을 토론방식을 통해 추출하는 정성조사는 3월 16일 내일신문사 회의실에서 실시했다. 토론에 참여한 사람은 조 벽(HD 행복연구소 소장), 김선희(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회 대표), 노유경(서울 화계중학교 교장), 정제영(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김정진(학부모) 등 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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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 학부모에게 길을 묻다' 연재기사]
① 교육복지정책평가│ '수저계급사회' 유아단계부터 끊어야 2017-03-21
② 차기정부에 바라는 정책과제│ 자유학기제 발전시켜 4차산업혁명 대비 2017-03-22
③ 학부모정책토론회│ "창의성·인성이 미래인재 교육의 핵심" 2017-03-23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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