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리목월문학관에서 시 강의 … "함께 책 읽으며 장병들 간 유대감 형성"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가 주관하며 국방부가 후원하는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이 2017년에도 순항 중이다.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은 군에서 체계적으로 독서를 하며 장병들 간 토론을 통해 소통하는 병영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시작됐다.

2017년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은 250개 부대에서 1825회 진행되는 병사 대상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군간부 인문독서 강좌' '독(讀)한 북콘서트' '신병 독서지원 프로그램' '독서동아리 활동 지원' 등 다채로운 사업으로 구성된다.

내일신문은 2015~2016년에 걸쳐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 현장을 취재, 독서하는 병영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기여해 왔다. 2017년에도 다양한 병영독서 현장을 취재, 소개한다.

 

20일 해군포항병원 장병들이 독서코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군대가 스펙이다" 20일 오후 2시 20여명의 해군포항병원 장병들은 버스에서 내려 경주 동리목월문학관에 들어섰다. 밝은 표정의 장병들은 독서코칭 프로그램 진행에 앞서 문학관 계단에 모여 위와 같은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를 꺼내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자리에는 민승현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 본부장과 배선미 독서코칭 강사, 정승구 대위(독서코칭 담당관)가 함께 했다. "파이팅"을 외치는 장병들의 모습에서 이날 문학관에서 진행하는, 독서코칭 프로그램 겸 문학기행에 대한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문학기행에 기대감 높아 = "군대가 스펙"이라는 문구처럼 이날 해군포항병원 장병들은 경주까지 버스로 1시간 가까이 걸려 독서코칭 프로그램 겸 문학기행을 진행하기 위해 동리목월문학관에 도착했다.

독서코칭 프로그램은 각 강의마다 선정된 책을 미리 읽고 강사와 장병들이 해당 책의 내용과 관련해 독후활동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날은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주제로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날이었던 것. 이날 장병들은 배 강사와 함께 시 강의를 듣고 문학기행을 하며 장병들 간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장병들이 신라를 빛낸 인물관에서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배 강사는 "시를 주제로 수업을 하는데 시의 감상적인 부분을 좀 더 깊이 있게 얘기할 수 있도록 문학기행을 겸하고자 했다"면서 "마침 인근에 문학관이 있어 미리 답사를 한 끝에 문학기행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윤동주의 시 세계로 = 이날 독서코칭 프로그램은 문학관에 마련된 '시인의 삶' 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문학관은 경주가 고향인 문인들인 김동리와 박목월의 일대기를 그렸다. 비록 이날 시집의 주인공인 윤동주는 아니었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를 살아낸 문인들의 일대기를 살필 수 있었다.

장병들이 동리목월문학관을 관람하고 있다.

장병들은 윤동주의 시 세계로 빠져들었다. 미리 독후활동을 위한 활동지를 만들어온 배 강사는 장병들에게 '서시' '십자가' '자화상' 등을 낭독하도록 권했다. 박대웅 병장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로 시작하는 '서시'를, 김승일 병장은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로 시작하는 '십자가'를 낭독했다.

이후 장병들은 자유롭게 동리목월문학관을 감상하며 김동리와 박목월의 문학세계, 주요 작품, 생애 등에 대해 살피는 시간을 가졌다. 맞은편에 위치한 신라를 빛낸 인물관에서는 김유신 장군 등 신라의 위인들에 대해 문화해설사의 해설로 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최원석 상병은 "김동리 박목월 윤동주 등 문인들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면서 "독서코칭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후 책을 더 깊이 있고 재미있게 읽는 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책 읽는 장병 늘어 = 해군포항병원의 경우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래 장병들이 보다 많이 책을 읽게 됐다는 게 정 대위의 설명이다. 부대 차원에서도 '리딩 1250' 프로그램을 운영해 책을 많이 읽으면 포상휴가를 지급하는 등 독서를 독려하고 있다. 해군포항병원은 독서코칭 프로그램 외에도 역사탐방 등 다양한 체험활동의 기회를 제공한다.

정 대위는 "의무 복무 기간 동안 장병들이 보다 많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면서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통해 장병들이 책을 주제로 소통하면서 유대감이 형성되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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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사진 이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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