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들, 독서동아리 '책잇아웃'에서 소통 … 공군 '1·1·1 독서운동'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가 주관하며 국방부가 후원하는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이 2017년에도 순항 중이다.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은 군에서 체계적으로 독서를 하며 장병들 간 토론을 통해 소통하는 병영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시작됐다.

2017년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은 250개 부대에서 1825회 진행되는 병사 대상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군간부 인문독서 강좌' '독(讀)한 북콘서트' '신병 독서지원 프로그램' '독서동아리 활동 지원' 등 다채로운 사업으로 구성된다.

내일신문은 2015~2016년에 걸쳐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 현장을 취재, 독서하는 병영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기여해 왔다. 2017년에도 다양한 병영독서 현장을 취재, 소개한다. <편집자주>

 

10월 26일 오후 7시 공군 제8전투비행단 청나래작은도서관에서 독서동아리 '책잇아웃'이 모임을 가졌다. 사진은 동아리 활동을 마친 장병들이 유쾌하게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 이의종


"군에 와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말이 험해지고 후임들에게도 날카롭게 말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긍정적인 생각을 해 보자'라고 결심을 했습니다. '후임들이 잘못을 했지만 몰라서 그랬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후임들에게 화를 내는 것이 줄었습니다."

10월 26일 오후 7시 공군 제8전투비행단 청나래작은도서관에서 개최된 독서동아리 '책잇아웃' 모임에서 안승필 일병은 이렇게 말했다. '책잇아웃'은 '책만 있으면 아무리 힘들어도 웃을 수 있다'는 의미의 약자다. 이날의 주제도서는 최근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이기주 작가의 '말의 품격'. 10여명의 장병들은 책을 읽고 느낀 점은 물론, 평소 말하기와 관련된 고민에서부터 말을 통한 내면의 성장과 이루고 싶은 꿈에 이르기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공군 제8전투비행단 장병들이 청나래작은도서관에서 독서동아리 '책잇아웃' 모임을 갖고 있다. 진지하게 독서토론에 열중하는 모습. 사진 이의종

"침묵에도 의미가 있다" = 이날 모임은 시종일관 편안하면서도 진지하게 진행됐다. 장병들은 책에 밑줄을 긋고 하고 싶은 말을 적어 오는 등 준비를 열심히 해 온 모습이었다. 이들은 모두 1차례 이상 진솔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얘기를 해 나갔다. 독서동아리장으로 모임의 사회를 맡은 권민창 중사는 각 장병들이 발언을 하고 난 이후, 그에 공감하는 말을 건네며 격려했다.

권 중사는 안 일병에게 "나 역시 직설적이고 화가 많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가라앉았다"면서 "후임에게 1을 가르쳤는데 0.5밖에 못할 경우도 있지만 사람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기 때문에 기다리면 1보다 더 많이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책의 내용과 연결시켜 평소 자신의 말하기 습관에 대해 반성하는 장병들도 있었다. 강 건 일병은 "사람들이 재치 있는 화법을 선호한다고 생각해 스스로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졌던 것 같다"면서 "그런데 책을 읽고 침묵에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상주 준위는 "성격이 소심하다 보니 모임에서 대화를 이끌고 싶을 때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서 "그런데 책에서 말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 제대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어 그런 사람이 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군 제8전투비행단 장병들이 청나래작은도서관에서 독서동아리 '책잇아웃' 모임을 갖고 있다. 서로의 말에 경청하는 모습.사진 이의종

장병들은 말에 대한 얘기를 넘어 내면과 가치관에 대한 얘기로 나아갔다.

이덕림 일병은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문경환 일병은 "꿈을 정해 놓지 않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환경이 변화하면 꿈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갈등 발생할 일도 대화로" = '책잇아웃'은 2016년 9월에 시작해 1년 넘게 1달에 2차례씩 모이고 있다. 특히 공군은 이왕근 참모총장이 취임한 이래 '1명이 1달에 1권 이상 책을 읽자'는 '1·1·1 독서운동'을 펼치며 병영독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다. 공군 제8전투비행단 역시 이와 같은 분위기에서 '책잇아웃' 활동을 원하고 있다.

권혁진 병장은 "혼자 책을 읽으면 지칠 때가 있는데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면 끌어주는 사람들과 함께 꾸준히 독서를 할 수 있다"면서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면서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선후임들을 이해하게 되면서 갈등이 발생할 일도 대화로 풀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권 중사는 "군에서 자기 얘기를 하고 주장을 펼치기가 쉽지 않은데 이곳에서는 모두 신이 나서 얘기를 한다"면서 "내가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와 같은 인문학적 고민도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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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사진 이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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