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에게 책 주는 '신병 독서지원 프로그램' … "군에서 독서 습관 들여"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가 주관하며 국방부가 후원하는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이 2017년에도 순항 중이다.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은 군에서 체계적으로 독서를 하며 장병들 간 토론을 통해 소통하는 병영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시작됐다.

2017년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은 250개 부대에서 1825회 진행되는 병사 대상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군간부 인문독서 강좌' '독(讀)한 북콘서트' '신병 독서지원 프로그램' '독서동아리 활동 지원' 등 다채로운 사업으로 구성된다.

내일신문은 2015~2016년에 걸쳐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 현장을 취재, 독서하는 병영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기여해 왔다. 2017년에도 다양한 병영독서 현장을 취재, 소개한다.

9일 오전 3사단 신병교육대 체육관에서 육군 3사단 백골부대 974기 신병 수료식이 개최됐다. '책 읽는 장병이 대한민국을 바꾸고 세상을 바꿉니다'고 적힌 현수막이 보이는 가운데 민승현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 본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백골 용사 여러분, '책 읽는 장병이 대한민국을 바꾸고 세상을 바꿉니다'고 적힌 현수막 보이십니까? 저는 이 말을 믿는 사람입니다. 백골 용사 여러분이 책 읽는 장병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독서지원 꾸러미를 전달했습니다. 남은 20개월 동안 용사들은 훈련하고 책도 읽게 될 것입니다. 반강제적으로라도 책을 읽게 하겠다는 데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지난 9일 오전 3사단 신병교육대 체육관에서 개최된 육군 3사단 백골부대 974기 신병 수료식에 참석한 민승현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 본부장의 일성이다. 민 본부장의 질문에 5주 동안의 신병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230명의 신병들은 늠름하게 "네"라고 답했다.

9일 오전 3사단 신병교육대 체육관에서 육군 3사단 백골부대 974기 신병 수료식이 개최됐다. 한 어머니가 아들에게 태극기를 달아주고 있다.

책·면도기 등 독서지원 꾸러미 = 3사단 신병교육대에서는 책 읽는 병영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 중 하나인 '신병 독서지원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신병 수료식에 앞선 지난 8일 신병들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가 준비한 독서지원 꾸러미를 전달받았다. '언어의 온도'와 같은 베스트셀러 등 양질의 책 1권과 독서가이드북, 면도기로 구성된 꾸러미였다. 꾸러미는 군에 입대한 초기부터 독서를 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아울러 이날 신병 수료식에서 민 본부장은 '책 읽는 병영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인사말을 한 데 이어 기증보드를 전달했다.

문승규 이병은 "'언어의 온도'라는 책을 받아서 좋았다"면서 "아직 읽지 않았지만 군에서 독서하는 습관을 들이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이병의 아버지 문종회(51)씨는 "내가 군생활을 할 때는 책을 읽는 문화가 없었다"면서 "신병수료식에서 이런 말을 듣게 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책 읽는 장병이 대한민국을 바꾸고 세상을 바꿉니다'는 문구가 매우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3사단 신병교육대 북카페.

이어 "군에 오기 전 대부분은 책을 많이 읽지 않았을 텐데 군생활이 단 몇 권이라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면서 "이는 제대를 한 이후 사회생활을 할 때도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신병들은 듬직한 '대한의 아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은 '수료자 신고'에서 "군과 조국 그리고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을 하는 믿음직한 군인이 되도록 동기생 여러분 우리 모두 파이팅을 합시다"라고 우렁차게 말했다. 부모가 아들에게 계급장과 태극기를 달아 주면서 짧은 시간이나마 그간 못 나눈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연출됐다.

김현종 3사단장은 "강도 높은 신병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위풍당당하게 이 자리에 서 있는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어린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면서 "여러분의 가슴 속에 있는 꿈을 키워 대한민국의 중심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하면서 여러분 모두의 건투를 기원한다"고 격려했다.

GOP·GP에도 북카페 = 한편 3사단 신병교육대에는 2000여권의 책이 갖춰진 북카페가 마련돼 있었다. 아울러 3사단은 예하 부대에 병영도서관을 모두 설치했으며 2016년 9월에는 공간이 부족해 도서관을 설치하지 못하는 GOP(남방한계선 초소)와 GP(비무장지대 내 초소)에까지 북카페 설치를 모두 마쳤다.

정연호 중위는 "3사단뿐 아니라 우리나라 군 전체적으로 독서와 자기계발을 중시하고 있다"면서 "병사들은 앞으로도 책 읽는 문화 속에서 군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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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사진 이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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