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명 함께 '가을, 책 향기로 물들다' 북콘서트 … 장병들, 다양한 장기 선보여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가 주관하며 국방부가 후원하는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이 2017년에도 순항 중이다.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은 군에서 체계적으로 독서를 하며 장병들 간 토론을 통해 소통하는 병영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시작됐다.

2017년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은 250개 부대에서 1825회 진행되는 병사 대상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군간부 인문독서 강좌' '독(讀)한 북콘서트' '신병 독서지원 프로그램' '독서동아리 활동 지원' 등 다채로운 사업으로 구성된다.

내일신문은 2015~2016년에 걸쳐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 현장을 취재, 독서하는 병영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기여해 왔다. 2017년에도 다양한 병영독서 현장을 취재, 소개한다.

23일 개최된 '문화가 있는 독(讀)한 북콘서트: 가을, 책향기로 물들다'에서 장병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편견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편견이라는 건 개개인의 경험의 축적에서 나오는 결정이고 사람이 내릴 수 있는 안전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편견, 혹은 고정관념을 부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하나의 사례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책들을 읽으면서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습니다." 23일 오후 공군 교육사령부 학술정보관에서 개최된 '문화가 있는 독(讀)한 북콘서트: 가을, 책향기로 물들다'(북콘서트)에서 전진혁 상병의 발언이다.

공군본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공군 교육사령부와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가 주관한 이날 북콘서트는 '나를 성장시키는 소통법'을 주제로 베스트셀러 '연탄길'을 쓴 이철환 작가의 토크쇼와 초청공연으로 구성됐다. 북콘서트에는 공군 교육사령부 장병, 군가족, 군무원뿐 아니라 인근 경상대학교 국방기술품질원 한국토지주택공사 진양도서관 관계자 등 300여명이 함께 했다.

23일 개최된 문화가 있는 독(讀)한 북콘서트: 가을, 책향기로 물들다 에서 이철환 작가(왼쪽)와 민승현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 본부장이 토크쇼를 하고 있다.

이철환 작가와 토크쇼 = 이 작가와 민승현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 본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크쇼는 '인간의 상처' '편견' '인간의 본성' '나를 위한 배려' 등 4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이 작가는 "어릴 때 크레파스가 없어서 친구 것을 빌려 써야 하는데 하필 다같이 소방차를 그려야 해서 빨간색 크레파스를 빌리지 못해 낙담하고 있었다"면서 "그 때 나와 같은 처지였던 한 친구는 검정색 크레파스를 빌려 그림을 그렸고 '불에 탄 소방차'라고 이름 붙였다"고 말했다. 이어 "궁여지책이 만들어낸 같은 사물을 다르게 보는 힘, 창의력"이라면서 "소방차는 빨갛게 그려야 한다는 편견에 갇혀 있었다면 불에 탄 소방차를 그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 본부장은 "편견은 마치 어렸을 때 청국장을 먹지 않는 사람이 커서도 먹지 않는 것과 같다"면서 "그렇지만 내가 보고 느낀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북콘서트에서 장병들은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다양한 의견을 얘기했다. "이성을 만나는 데 두려움을 줄이는 법은 무엇인가" "사람이 받은 상처를 줄일 수 있을까"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생각 전환의 중요성'에 대해 정지원 소령은 "늘 여군 대표로 얘기를 해야 할 때가 많았고 처음엔 그런 상황들이 불편했다"면서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싶은 시간에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대가수의 공연에 장병들이 호응하는 모습.

학술정보관, 장서 7만권 = 장병들은 북콘서트에서 다양한 장기를 보여줬다. 이종대 병장은 연극 '햄릿'의 한 대목을 독백했으며 이동선 상병 등은 밴드 연주를 선보였다. 이 상병은 "평소 밴드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북콘서트 공연을 위해 2주 정도 연습했다"면서 "병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북콘서트를 주관한 최현국 공군 교육사령부 사령관은 "군생활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에 대해 들을 수 있어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면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기반으로 소통하면서 국가에 책임을 다하는 참군인으로 생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군은 이왕근 참모총장이 취임한 이래 '1명이 1달에 1권 이상 책을 읽자'는 '1·1·1 독서운동'을 펼치고 있다. 57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 2월 완공된 공군 교육사령부 학술정보관은 2336.41㎡의 지상 2층 규모로 장서 7만여권과 간행물 150여종, DVD 4600여개 등을 갖췄다.

[관련기사]
북콘서트 '평생독자 만들기' 목표

['여기는 병영독서 현장' 연재 보기]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사진 이의종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