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빼고는 한국경제 대외변수 만만치 않아

대우조선, 금호타이어 등 구조조정 난제 첩첩산중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1년차 성적표는 괜찮은 편이었다. 반도체를 앞세운 수출산업의 호황을 타고 경제성장률은 4년 만에 3%대 벽을 넘었다. 70%대를 넘나드는 대통령 지지율을 기반으로 소득주도성장론, 혁신성장, 공정경쟁 등의 거대담론까지 쏟아냈다. 산업계와 야당의 반발을 물리치고 최저임금 16.4% 인상, 부자증세 등의 개혁정책도 단행했다.

김동연 부총리, 중견기업 대표들과 소통 간담회│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중견기업연합회에서 열린 중견기업 소통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하지만 김 부총리 앞에 놓인 2년차 여건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임기 첫해는 새정부 경제정책기조를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2년차인 올해는 경제성적표를 조목조목 따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여부 등 지난해 단행한 경제정책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도 뒤따르게 된다. 안팎의 경제여건도 만만치 않다. 새해 벽두부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노골화되고 있다. 박근혜정부 후반 국정농단사태로 미뤄뒀던 산업구조조정도 난제 가운데 난제다.

대외리스크 가시권으로 =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글로벌 증시 급등락 등 새해 초부터 경제불안 요인이 들썩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매달 초 발표하는 그린북(최근경제동향)의 지난 한해 큰 취지는 비슷했다. '수출산업 호황으로 경기가 개선되고 있지만 견고하지는 못하다'는 식이었다. 여기에 늘 따라다니는 단서가 있었다. '통상현안 등 대외리스크가 변수이며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다짐이었다.

결과적으로 변수였던 대외리스크가 올 들어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경제 컨트롤타워인 김 부총리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주목되는 배경이다.

올 한 해 한국경제를 흔들 대외요인은 '미국발'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임금 인상률이 8년 7개월만에 최고치(29%)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3%에 근접하면서 미국 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가 곤두박질쳤다. 월가에선 연준이 올해 3~4회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정부 입장에선 금융시장 불안정성 요인을 예방해야 한다. 또 금리인상이 계속되면 한계가구와 빚 많은 자영업·중소중견기업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시한폭탄'이 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일도 김 부총리 몫이다.

선거 염두에 둔 미국의 압박 =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도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2일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모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이어 철강·자동차 등 전방위에 걸친 '트럼프발 통상 압박' 공세가 연일 수위를 높이고 있다. 모두 한국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수출산업의 몇 안되는 '효자업종'들이다. 트럼프 발언이 현실화되기 시작하면서 주요 수출업종의 대미 수출 전선엔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문제는 미국의 압박이 적어도 올해 연말까지는 더 커질 것이란 점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가 오는 11월 중간선거와 재선을 겨냥해 정치적 지지·후원그룹인 중산층 백인(노동자들) 지지를 얻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조조정 후폭풍도 악재 = 미국 자동차회사인 GM의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도 돌발 악재로 등장했다. GM은 한국 정부에 산업은행을 통한 신규 투자자금 지원과 각종 세제혜택을 요구하며 이달 말까지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부평과 창원공장도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만약 GM과 한국 정부의 협상이 틀어져서 GM이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하면 1만6000명에 이르는 한국GM직원과 30만명에 이르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실업대란 상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정부 경제팀으로선 악재일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 후폭풍은 GM뿐만이 아니다. 매각 협상 중인 금호타이어도 최근 노사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경영정상화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GM과 금호타이어의 위기가 현실화되면 공장과 협력업체가 밀집한 인천과 호남권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STX조선과 성동조선 등도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 두 곳은 경남권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김동연 부총리 '2년차 시험대' 오르다' 연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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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경제 성적표는?│ 미국 보호무역주의, 우리 수출산업 정조준 2018-02-21
③ 예측 어려운 정치상황│ 역대 부총리, 집권중반 국정쇄신 표적됐다 2018-02-22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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