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핵억지를 보증하는 '상호확증파괴'를 폐기했나" 에서 이어짐

미국의 역사학자 에릭 쥐세는 "소수 억만장자들이 운영하는 군산복합체에 나라의 미래를 맡긴 탓에 미국은 스스로를 소진하며 제3세계 국가로 추락하고 있다"며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국방의 본래 목적에 충실히 복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경우 국방지출이 미국의 1/10에 불과하다. 하지만 군산복합체가 정부의 국방정책을 좌지우지해 사적이득을 취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등에 진격했고, 미국의 언론들은 군산복합체가 추동한 그같은 침략을 찬양 고무했다. 마치 대표적 군수기업인 제너럴다이내믹스가 워싱턴포스트와 같은 언론을 경영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군사적 침략에 대한 언론의 왜곡된 찬양에 그대로 노출된 미국 대중들은 그 어떤 정부기구보다 국방부를 존경한다. 오랜 기간 러시아 대비 10배 이상의 국방비를 쓰면서도 미국의 군사적 성취도가 지지부진하다는 사실, 정부 감찰조사 결과 국방부가 가장 부패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국의 국방지출은 러시아 대비 10배를 크게 상회한다. 미국의 공식 지출은 국방부에 한정된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등지에서 쓰이는 지출은 배제한다. 미국은 2019회계연도에 국방부 예산으로 6171억달러를 책정했다. 하지만 전 세계 군사활동을 포함한 실질 비용은 1조1357억달러다.

러시아를 지배하기 위한 미국 군산복합체의 또 다른 계획은 대 러시아 제재다. 미 상하원은 2012년 대 러시아 경제제재에 90% 이상 찬성했다. 제재의 이유는 러시아의 인권탄압이었다.

서구 주류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계 투자펀드 허미티지캐피털의 모스크바지사에서 일하던 세르게이 마그니츠키(Sergei Magnitsky) 변호사가 2009년 러시아 관료들의 수백만달러 규모 부패를 폭로한 뒤 감옥에 갇혔고 이후 옥사했다. 마그니츠키의 사망은 러시아 정부에 대한 전 세계적 비난을 촉발했고, 결국 미 의회는 2012년 '마그니츠키 법안'을 만들어 러시아의 인권탄압에 대한 제재를 부과했다. 소련이 러시아로 바뀐 이래 첫 번째 경제제재였다.

하지만 마그니츠키는 러시아 내 외국인 투자자 중 최고의 '큰손'인 허미티지캐피털의 빌 브라우더 밑에서 일하며 브라우더가 러시아 정부에 내야 할 세금 2억3200만달러의 탈세를 도운 혐의로 감옥에 간 인물이었다. 미국의 탐사보도전문 온라인매체 '코미사르스쿱'의 이달 10일자 보도에 따르면 마그니츠키가 내부고발자였다는 주장, 그가 감옥에서 고문당해 사망했다는 주장은 모두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미 정부와 의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를 공격할 빌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1991년 이전까지는 '공산주의 분쇄'라는 이념적 이유가 있었지만, 냉전이 끝나면서 그같은 핑곗거리가 사라졌다. 때문에 블라디미르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는 제재를 받아야 하는 '잔악한 독재국가'라는 이미지가 필요했다. 쥐세는 "결국 마그니츠키 법안은 거대한 군산복합체 기업들이 의회를 부추겨 통과시킨 것으로, 더 많은 국방예산을 빼내오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독재국가 이미지로는 충분치 않았다. 러시아에 더 나쁜 이미지를 덧씌워야 했다. 이를테면 '침략국'(aggressor)으로 설정할 필요성이 커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1년 우크라이나 전복 계획을 짠 뒤, 2014년 2월 마침내 이를 행동에 옮겼다. 크림반도 주민 75% 이상, 돈바스 주민 90% 이상의 지지를 받았던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지지를 받는 세력의 쿠데타로 전복됐다. 하지만 크림반도와 돈바스 주민은 새롭게 들어선 쿠데타 정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크림반도 주민투표 결과 90% 이상이 러시아와의 병합을 찬성했다. 사실 크림반도는 역사적으로 러시아에 속한 지역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출신의 소련 공산당 서기장 흐루시초프가 1954년 강제로 떼어내 우크라이나로 넘긴 지역이다. 때문에 러시아는 이들 지역의 분리주의세력을 지원했고, 마침내 크림반도 병합을 선언했다.

러시아에 '침략국' 이미지를 덧칠하고자 하는 미국 군산복합체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크림반도 병합을 빌미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군대와 무기를 러시아 접경지역에 대거 배치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는 NATO군의 미사일 공격 10분 내의 거리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미국과 NATO군은 러시아가 주변국들을 끊임없이 괴롭힌다고 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구의 대부분 주류언론들도 러시아의 침략적 측면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를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시리아도 마찬가지다. 2012년부터 전 세계 수만명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이 시리아로 향하고 있다. 미국의 은밀한 지원을 받는 알카에다가 테러리스트들의 시리아 집결을 주도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서다. 시리아 역시 직접투표로 선출된 민주정부로, 친러시아 성향 국가다. 미국은 끊임없이 시리아 정권의 교체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는 '시리아 내 테러리스트들과 싸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시리아 정부는 러시아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러시아는 시리아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미국과 알카에다가 노리는 시리아 영토분할 대신 현재처럼 온전한 나라로 유지된다거나 현 아사드 대통령이 다음 대선에서 재선된다면, 이는 시리아 내전이 시리아 정부와 러시아의 승리로 종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미국 측은 패배를 구실로 지금까지의 측면·배후 지원과 달리 시리아에 직접 개입하려 할 것이다. 이는 곧 제3차 세계대전을 의미한다.

에릭 쥐세는 "러시아 악마화 계획은 여전히 진행중"이라며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우크라이나 또는 시리아에서 전쟁을 벌일 시나리오를 이미 작성해 놓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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