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4월말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동참해 5월 첫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인 무대를 만들고 있다. 세 명의 지도자들의 과감하고 파격적인 결정으로 한반도 전쟁위기를 대화국면으로 급반전시켰고 나아가 협상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 평화체제 구축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승부수가 될지 주목된다. 27년 동안 실패만 거듭해온 북한핵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닌데다 통상적인 절차와는 정반대로 파격을 거듭하며 마련되고 있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오히려 무력충돌, 전쟁위험만 더 놀아질 수 있어 정치도박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위)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 장면. ◀(아래)정의용 청와대안보실장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격의 트럼프 '역사무대로 시선집중'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실제로 열리게 된다면 그야말로 지구촌의 시선을 한데 집중시키는 역사적인 무대와 이벤트를 선보이게 된다. 모든 사안을 나 홀로 결정하고 있는 최고결정권자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까지 직접 만나겠다는 과감한 도전장을 던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방북특사단으로부터 방북 결과를 설명 듣는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받고 단지 45분 만에 즉석에서 5월까지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며 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수락은 외유 중이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몰랐을 정도로 파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표 2시간 전에 백악관 브리핑 룸에 깜짝 등장해 한국 측이 현지시각 저녁 7시에 백악관에서 북한문제에 관한 중대발표를 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해 기자들의 발걸음을 가로막고 지구촌 시선을 집중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얼리티 TV 쇼 스타 출신이다.

자신이 즉석에서 수락한 첫 북미정상회담을 발표만 하는 것으로 어떤 관심을 끌어 모을지를 미리 알고 있었기에 지구촌을 상대로 한바탕 정치 쇼를 연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요즘 백악관 참모들의 잇단 사퇴와 딸과 사위를 둘러싼 구설 등으로 되는 일 없다는 소리를 듣고 자주 분노를 표출해왔으며 심지어 관세 폭탄도 화가 잔뜩나 있는 상태에서 뱉어버렸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그러한 혼돈의 모습을 일거에 바꿔 놓으려 첫 북미정상회담 제의를 파격적으로 즉석에서 수락했다는 분석을 낳았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독보적인 그의 개성과 비전형적인 결정방식으로 파격적인 수락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지구상에서 가장 협상을 잘하는 최고의 협상 메이커라고 자신하고 있다. 또한 전임 미국대통령들을 포함해 누구도 하지 못했던 것을 자신이 하고 있어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며 '히스토리메이커'임을 자부하고 있다. 그의 말투에서 항상 '최대의, 최강의, 최초의…' 라는 단어들이 튀어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잘알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외교관들이나 정부관리들, 정치인들에게 맡기면 되는 일이 없다는 시각을 갖고 있어 본인이 즉각 북미정상회담 제의를 수락하고 따라오도록 준비시키는 외교적 '충격과 공포' 전략을 쓴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4월말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동참해 5월 첫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인 무대를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과감한 제안 하나로 이미지 쇄신하는 김정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신년사를 시작으로 남북특사 교환,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남까지 제안하는 과감한 도전 하나로 벌써 상당한 선물을 챙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구상의 최악의 독재자, 불량정권의 부랑아 지도자로 지탄받아왔다. 자국민에 대한 인권탄압과 생존도 보장못해주고 있는 최악의 경제에도 세습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과 무기화에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여동생 김여정을 남쪽에 특사로 내려 보낸데 이어 남측 특사들을 만나 4월말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5월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까지 갖게 됐으니 그의 이미지나 위상이 급변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핵무기 보유국으로 아직 인정받은 것은 아니지만 정상국가 지도자로 비춰지기 시작했다. 나아가 한반도, 지구촌의 안보문제를 놓고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최강국 트럼프 대통령과도 중점 논의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위)정의용 청와대안보실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회담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아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한반도 전쟁위기에서 대화국면 급반전

김정은 위원장의 전격 정상회담 제의와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수락은 즉각 한반도에서 전쟁먹구름을 걷어내고 대화국면으로 180도 전환시키는 효과를 보고 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줄이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핵문제 해결, 평화체제 구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회의 시기를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첫 해인 2017년 한해와 2018년 상반기 한반도 분위기가 180도 급반전된 것이다. 지난해 여름에만 해도 북한이 미 본토까지 타격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급인 화성 14형 두발을 발사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공격과 전쟁을 암시하는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는 유례없는 경고장을 보냈고 김정은 위원장도 '미치광이 늙다리'라는 원색적인 용어로 비난하며 사상최대 도전으로 맞받아 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북한의 완전한 파괴'까지 언급했고 항모전단 세그룹을 한반도에 집결시키고 최신예 스텔스기 등 항공기 250대를 동원해 항공훈련을 벌이는가 하면 특수부대들의 한국현지 훈련을 실시해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몰아갔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가 급진전됐음에도 패럴림픽까지 끝나면 4월 위기설에 다시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가셔지지 않았었다. 그러던 것이 4월말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5월 북미정상회담까지 합의되자 전쟁위기는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한반도에서 전쟁먹구름을 걷어내고 대화와 협상, 평화 모색의 분위기로 일거에 돌려놓은데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핵심 승부수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 남·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6자회담 등을 통해 협상으로 비핵화를 달성해 내고 정전 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남북 불가침, 북미수교까지 성사시킨다면 새역사를 쓰고 노벨 평화상을 수상할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상회담 실패시 전쟁위험 더 높아져 '정치 도박'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최초 북미정상회담을 하고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또는 북미수교 등 평화체제 구축을 진전시키지 못한다면 또 다시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물론 정말로 무력충돌, 전쟁위기에 빠질 수 있어 극히 위험한 정치도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한미국대사 후보에서 낙마한 빅터 차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정상외교에 실패하면 다른 외교수단이 없어져 한반도 무력충돌 위험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심지어 후속 만남도 약속하지 못한 채 헤어지게 된다면 또 다시 무력충돌, 전쟁위기로 회귀하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모든 외교해결 노력을 소진시키고 군사옵션만 남게 되는 위험성이 되살아나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역시 북한정권은 믿을 수 없다, 외교적 해결은 불가능해졌다, 군사적 공격밖에는 북한 핵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강경론이 득세하게 되고 다혈질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속았다며 분노에 치밀어 결국 전쟁을 선택할 우려가 높아 질 것으로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이 펼치고 있는 정상외교는 일순간에 전쟁위기를 대화국면으로 급반전 시킨 효과를 보고 있어 위기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승부수로 보이지만 자칫하면 정상외교 실패시 무력충돌 위험만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도박으로 간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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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