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5월안에 개최하려면 사전에 해결해야 하는 선결과제들이 많이 있다.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 방법부터 결정해야 하지만 역시 비핵화 대화로 성사시켜야 정상회담에 나서겠다는 미국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고 북한도 체제안전 등을 비핵화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무언가 잔뜩 요구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결정해야 하는 사안들이 많아 보인다. 여기에는 의제설정과 무리한 요구 제한, 신뢰구축방안, 진정성을 보여주는 몇 가지 우호조치 등을 논의해 조율해야 한다.

미국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의제는 역시 CVID(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이다. 완전하고도 증명할 수 있으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외쳐왔다.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이 완강하게 거부해온 비핵화를 의제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추진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다수가 아직도 김 위원장의 핵포기 의사가 있는지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용의 표명이 현재까지 한국 특사단의 전언일 뿐 북한매체에서는 공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의용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김정은 위원장의 또 다른 메시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돼 그의 정상회담 수락까지 가능케 했는지는 모르지만 미국 내 전문가들과 언론들의 대다수는 김 위원장이 핵무기와 ICBM을 포기할 용의가 있는지 의문 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과 미국이 실무대화부터 시작하게 되면 비핵화를 해석하는데 격차가 드러나 정상회담 개최를 확정하는데 애를 먹을 수도 있는 것으로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와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비핵화의 의미를 당연히 북한의 핵무기 포기로 해석하고 이를 조속히 달성하기 위해 정상회담까지 가지려는 것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에 비해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비핵화 용의를 밝히며 체제안전 보장을 전제조건으로 달았으며 실제 대화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체제안전을 위한 요구사항들을 쏟아낼 것으로 우려된다. 게다가 핵협상에 돌입하면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들, ICBM들과 요구사항들을 하나하나씩 맞교환하는 사실상의 군축협상을 벌이려 할 것으로 미국 내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의심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미국 내 회의론자들은 지난 27년간이나 미국이 북한에 속아왔다는 점을 꼽고 있다.

헤리티지 재단의 한반도 전문가 부르스 클링너 연구원은 북미 양측이 실무대화나 특사교환, 나아가 정상회담에서 과거와 같이 무리한 요구들을 쏟아내면 또다시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경계하고 있는 북한의 무리한 요구는 실무대화 단계부터 몇 가지가 꼽히고 있다. 예를 들어 북한 측은 과거와 같이 "대화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대북제재를 일부라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북한의 이런 요구를 들어주고 협상을 벌이거나 합의까지 이룰 수 있었지만 결국 시행되지 않아 북한 측의 속임수, 시간벌기로 간주된 바 있다.

이번에도 북측 이 제재완화를 초반부터 요구한다면 미국 측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의심해 정상회담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미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이 수많은 요구사항들 중에 가장 꺼리고 있는 것은 미국의 확장 억지력 한반도 배치 중단,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방위조약의 폐지 등을 꼽고 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체제안전 보장을 비핵화 논의의 조건으로 삼고 있는데 체제안전 보장 방안들로 전략자산들을 수시로 배치하는 확장 억지력을 종료하고 모든 대북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비핵화와 관계개선 협상에서 북한은 궁극적으로 수교와 평화협정 체결에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중단하려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한미방위조약까지 없애야 한다고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될 것으로 클링너 연구원은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같은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지나친 요구를 내미는 단계부터 북미대화와 협상이 얼어붙기 시작하고 실무대화 과정에서 과거 같은 무리수를 고집하면 역사적인 첫 번째 북미정상 회담이 아예 열리지 못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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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