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프로그램 유예-동결-폐기 병행 … 한반도 문제 근원적 해결 위한 포괄적 해법

지난해 전쟁위기설이 고조됐던 한반도에 대전환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평창발 '평화 무드'가 4월 남북정상회담, 5월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북한과 미국의 내부 정치사정도 대결보다는 대화, 협상이 필요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은 정권수립일인 9.9절 70주년을 '민족적 대사'로 치러야 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6일 의회 중간선거에 정치적 명운을 걸고 있다. 짧으면 5개월 길면 7개월의 시간이 한반도의 적대적 대결구도를 근원적으로 해소할 기회로 여겨진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란 포괄적 해법이 주목받는 이유다. <편집자 주>

4월 말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5월 중 북미정상회담은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을 넘어 한반도의 전쟁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평화의 레짐'을 구축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안겨주고 있다.

올들어 약 두달 만에 급변한 남·북·미의 행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 "비핵화 대화를 위한 올바른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모양새다.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2020년 핵폐기 합의 도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핵동결에서 완전한 핵폐기로 이어지는 비핵화 협상이 성사되도록 하고, 이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병행하는 포괄적 협상의 문을 열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여러차례 "핵동결을 입구로 삼고 비핵화를 출구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나타난 용어가 '한반도 운전자론'이다.

문재인정부의 최대 과제인 한반도 평화체제는 전쟁상태 종식에서 출발해 평화회복, 관계정상화로 마무리되는 여정이다. 한반도는 1953년 7월 27일 유엔과 북한, 중국간 맺은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따라 일시적인 휴전(Ceasefire) 상태다.

백악관 방문했던 대북특사단 보고 받는 문 대통령│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귀국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에게 방문 결과를 보고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이같은 정전 상태를 전쟁 당사자간 종전선언으로 일단락 짓고 평화회복을 이루어야 한다. 평화회복에서 핵심적인 내용이 '평화협정'이다. 평화회복이 이뤄지면 마지막 단계로 북미, 북일 수교를 통한 관계정상화로 나아가게 된다.

1970년대 말 미국과 이집트간 '캠프데이비드 협정(Camp David Accords)을 참조할 만하다.

1978년 지미 카더 미국 대통령은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를 대통령 휴양소인 캠프데이비드로 초청했다. 당시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10년째 전쟁 중이었다. 무려 13일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상호인정을 토대로 평화적 관계를 맺는 역사적 협상에 도달했다. 캠프데이비드 협정은 중동 평화의 포괄적 틀과 이스라엘이 점령한 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철군, 국교 정상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잠정협정으로 평화협정으로 가기 전 단계의 조치였다. 6개월 후인 1979년 3월 이집트-이스라엘 평화조약이 체결됐는데, 그 내용에는 평화관리기구, 평화지대 설정, 대사관 교환 설치 등을 담고 있다. 선 전쟁상태 종식 후 평화회복을 단계적으로 실현한 사례다.

평화협정은 여러가지 까다로운 과제를 안고 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고 유엔사령부 해체가 불가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의 지위, 한미동맹 재조정 등 복잡한 과제들이 뒤따른다. 여기에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이후 북미 수교는 양국 정부간 합의뿐 아니라 미국 의회의 동의절차가 필요하다. 이처럼 논의 자체가 복잡한 탓에 그동안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를 덮어두고 피해온 측면이 컸다.

남북-북미 연쇄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합의된 현 국면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 상황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는 출발점이 다른 사안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한국전쟁 종식을 위한 과제인 반면, 한반도 비핵화는 핵무기비확산체제(NPT) 유지를 위한 과제다.

양자를 결합하는 포괄적 평화 프로세스는 남북관계를 복원해 남북포괄합의서를 체결한 뒤 남북간 잠정평화협정의 내용이 담긴 남북기본협정을 체결하고, 그 뒤 한반도평화협정 및 남북연합조약을 체결하는 단계를 거친다.

비핵화 프로세스는 이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유예, 동결, 폐기의 단계를 밟는다. 구체적으로는 남·북·미·중 4자회담 등 다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프로그램을 유예하고, 검증가능한 동결을 통해 핵시설을 불능화한 뒤, 제한적 핵폐기에 돌입해 전면적 핵폐기로 나가는 것이다. 핵 동결과 남북기본협정으로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교환하고 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협정으로 대사급 북미수교를 교환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문재인정부가 이같은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 방식을 고려하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완성단계에 진입한 시점이라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단숨에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거나 비핵화를 '입구'로 놓아서는 대화 자체가 시작되기 힘든 만큼, 동결을 입구로 놓고 비핵화와 평화체제, 북미·북일관계 정상화 등을 포괄적으로 해결해가자는 것이다.

4월 말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의 의제와 합의내용이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인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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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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