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근거 없으면 현장 혼선만 키운다

최근 불거진 폐비닐 수거 대란 관련 서울시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분담금 인상 카드를 들고 나오자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검은 비닐봉지 중 EPR 비대상 사업자 제품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인상안을 내밀었다가 업계 집단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EPR 비대상 비중이 높은 품목의 경우 과연 인상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겠냐는 비판이다.

9일 환경부·한국환경공단의 '최근 3년간 EPR 품목 중 비대상, 타재질 혼입률'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플라스틱 재질 중 하나인 폴리프로필렌(PP)의 EPR 비대상 혼입율은 약 33%대다. 2017년 32.89%, 2016년 33.34%, 2015년 33.55%로 나타났다. PP는 흔히 고추장 된장 등을 담는 용기로 쓰인다.

더 큰 문제는 비닐이다. EPR대상 품목인 검은 비닐봉지의 경우 EPR대상 사업자가 내놓은 제품인지 아닌지 아예 통계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4'에 따르면 의무이행 전년도 연간 매출액이 10억원 이상, 연간 수입액 3억원 이상 등인 업체가 포장재 EPR 대상이다. 매년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샘플 조사를 통해 EPR대상과 비대상을 구분하는데 검은 비닐봉지의 경우 확인할 길이 없다.

게다가 EPR분담금 인상은 정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니다. 생산자가 폐기물 재활용 책임까지 지도록 하는 구조인 EPR의 경우 정부 예산이 아닌 민간기업들이 내는 돈으로 운영된다. 분담금의 경우 매년 실무협의체 성격의 공동운영위원회에서 단가산정을 위한 연구용역 자료(생산자물가지수 등 시장 상황 반영)등을 근거로 지난한 논쟁 끝에 결정된다.

최민지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EPR분담금 증액을 검토하고 있는 건 맞지만 당장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실태 조사 등을 한 뒤 공동운영위원회를 통해서 분담금 인상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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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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