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한 때 삭제되기도

1987년 직선제 개헌시 재규정, 현행 헌법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 전문이다. 헌법 전문은 헌법의 조문 앞에 있는 공포문이다. 헌법 제정의 역사적 과정, 목적, 헌법 제정권자, 헌법의 지도 이념이나 원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전문은 본문과 마찬가지로 법규범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이런 의미를 갖는 전문에 3.1운동과 함께 4.19민주이념이 들어간 것은 우연이 아니다. 4.19혁명은 3.1운동으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로부터 시작된 정부 역사에서 정부가 잘못돼 가는 것을 국민적 힘으로 바꾼 첫 번째 혁명적 사건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에 저항하는 4.19혁명의 민주이념은 이후 1979년 부마항쟁, 1980년 5.18민주화운동, 1987년 6.10항쟁, 2017년 촛불항쟁으로 이어져 왔다.

박정희 군사정권 때 전문에 처음 삽입 = 하지만 4.19혁명의 민주이념이 헌법 전문에 규정된 뒤 군사정권에 의해 수난을 겪었다. 처음 헌법 전문에 들어간 것은 박정희 군사정권 때인 1962년 12월 26일 5차 개헌 때다. 1948년 7월 12일 헌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3.1운동의 독립정신만 규정돼 있었다. 1952년 7월 7일 1차 개헌, 1954년 11월 29일 2차 개헌 때까지 헌법 전문에는 변경이 없었다. 또 4.19가 일어난 뒤 두차례에 걸쳐 개헌(1960년 6월 15일 3차 개헌, 1960년 11월 29일 4차 개헌)이 있었지만 여전히 헌법 전문에는 4.19혁명의 민주이념이 규정되지 못했다.

1962년 당시 박정희 군사정권이 5차 개헌을 하면서 군사 쿠데타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5.16혁명의 이념'이라는 문구를 집어 넣으면서 '4.19의거의 이념'도 함께 규정한 것이다.(…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4·19의거 및 5·16혁명의 이념을 계승하고 …)

8차 개헌 이후 일시 삭제 = 이후 1969년 10월 21일 6차 개헌과 1972년 12월 27일 7차 개헌 때까지 3.1운동의 독립정신과 4.19의거의 이념은 그대로 헌법 전문에 규정돼 있었다. 다만 박정희 군사정권 때인 7차 개헌(유신헌법) 이후 '5.16혁명'은 전문에서 빠졌다.

이후 전두환 군사정권이 들어선 이후 4.19의거의 민주이념도 헌법 전문에서 삭제되는 수난을 겪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0년 9월 11대 대통령이 된 직후 이뤄진 10월 27일 8차 개헌 때 헌법 전문에는 3.1운동의 독립정신만 홀로 규정되고 4.19의거는 빠졌다. 대신 전두환 군사정권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에 입각한 제5민주공화국의 출발에 즈음하여'라는 문구를 넣어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제5공화국의 정통성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9차 개헌 때 다시 규정 = 하지만 1987년 6.10항쟁 이후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 개헌(10월 29일 9차 개헌)을 하면서 헌법 전문에 4.19혁명의 민주이념이 다시 부활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1987년 10월 9차 개헌을 통해 태어난 현행 헌법은 6.10 민주화 운동의 산물로, 현재까지 21년째 이어오며 헌법 역사상 최장수 기록을 세우고 있다.

6.10 민주화 운동을 통해 분출된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겠다'는 국민들의 강렬한 열망과 광범위한 반독재투쟁에 밀려 역사상 처음으로 여야 합의에 의한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민주 헌법'이 탄생된 것이다.

2016~2017년 촛불혁명으로 박근혜정권을 탄핵한 뒤 들어선 문재인정부는 10차 개헌을 준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내놓으면서 헌법전문에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항쟁 정신을 담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대한민국에 다시는 독재정권이 자라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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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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