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판문점 언급, 평양개최 카드도 남아 … 남북미 종전선언, 성급한 해석일 수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판문점이 조만간 열릴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진원지는 회담 당사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앞으로 수일 내로 북미회담 날짜와 장소가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비무장지대 안의 평화의 집과 자유의 집도 고려하는 중이다. 이 장소가 흥미로운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한반도 분단의 현장이기 때문에 일이 잘 된다면 제3국에서 개최하는 것보다 엄청난 기념이 될 것"이라고 언급해 화제를 모았다.


그동안 거론됐던 싱가포르, 몽골 울란바토르, 스위스 제네바 등 제3국 개최 가능성에서 한반도내 개최 가능성으로 범위가 확 좁혀진 분위기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판문점 언급 자체만으로도 벌써 세계의 관심과 집중도는 훨씬 커졌다.

그만큼 장소가 지닌 상징성이 크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던 당시의 파급력이나, 미소 냉전을 종식시킨 출발점이 된 몰타회담(1989년)에 비견될 만한 대형 이벤트로 비유한다. 그만큼 이번 북미회담 장소 역시 상징성과 극적인 효과를 최대로 높일 수 있는 곳을 우선적으로 고민할 개연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런 측면에서 판문점은 분단과 냉전의 상징이면서도 최근 평화의 상징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점에서 최적지로 꼽힐 만하다는 평가다. 다만 바로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이 한 번 개최된 만큼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남북회담을 뛰어넘을 새로운 이벤트 연출이 고민일 수밖에 없다.

판문점 남측 시설이 아닌 북측 시설에서 만나 종전 이후 북한 땅을 밟는 첫 미국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남긴 뒤 다시 남측 시설을 오가며 회담을 진행하는 방식에 대한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여기에 억류중인 미국인을 판문점을 통해 남측으로 데려온다면 미국 내부를 향한 메시지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일단 판문점 남측 시설에서 만나 판문점 북측 시설에서 회담을 교차로 진행하고 억류된 미국인까지 동반해 다시 남측시설로 내려오는 방식이다. 여기에 우리정부 역시 판문점 개최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북미회담에 이어 남북미 정상이 한꺼번에 만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어 종전선언 등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극적으로 평양개최를 합의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미 양국에서는 평양개최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트럼프의 정치스타일을 보면 평양카드를 완전히 버렸다고 보는 것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

미국 내부의 부정적 여론 등이 존재하지만 그야말로 세계적인 이벤트로 만들 수 있는 카드를 쉽게 내려놓을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 등에서 평양개최 가능성을 꾸준히 거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단 판문점 개최 가능성을 통해 여론을 살핀 뒤 극적으로 평양카드를 내걸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동안 거론되던 제3국 개최보다 한반도 개최 쪽으로 상당히 무게가 실린 것도 트럼프의 이런 전략이 효과를 보기 시작한 측면도 있다.

우리정부 입장에서는 북미정상회담 장소가 제3국이 아닌 한반도 내로 정해지는 것을 환영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회담 장소가 지닌 의미가 회담 성패와도 직결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회담 장소가 한반도를 벗어난 지역을 거론하면 회담성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것이고, 평양, 판문점, 제주 등 한반도 내로 좁혀지면 회담결과에 대한 확신이 섰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주일 내에 판문점 등에서 회담한다고 밝힌다면 이것은 이미 북미간에 상당한 합의가 끝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양 교수는 북미정상회담의 한반도 개최가 남·북·미 3자 종전선언으로 곧바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가 주도한 북미회담 성과가 묻혀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남·북·미 3국 정상이 모이더라도 종전선언을 위한 분위기 조성 정도로 만들어야 하고 이를 문재인 대통령이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양 교수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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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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