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된 감사원 감사가 원인

"규제없는 상태로 보상해야"

접도구역에 있던 토지가 도로확장사업으로 편입된 경우, 보상액이 구조적으로 과소평가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의 경직된 감사이후 이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23조는 '공법상 제한을 받는 토지는 제한받는 상태로 평가한다. 다만, 그 제한이 당해 공익사업의 시행을 직접 목적으로 가해진 경우에는 제한 없는 상태로 평가한다'고 규정했다.

해당 토지를 제한받는 상태로 평가하느냐, 제한 없는 상태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보상액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국부동산연구원 박성규 박사는 "감정평가업계 내부에서는 접도구역을 해제한 상태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감사원이 이에 대해 지적한 감사 이후 접도구역 제한을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해 구조적으로 과소보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2011년 8월 '공공사업 보상실태' 감사에서 'LH공사는 감정평가사들이 14개 사업지구에 편입된 토지 6799필지를 평가하며, 공법상 제한사항을 반영하지 않은 것을 그대로 인정해 380여억원을 과다 보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이후 감정평가사들은 접도구역 토지를 '공법상 제한을 받는 토지'로 판단해 보상가를 산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감사원 감사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 8월 '토지공법연구'에 실린 '공법상 제한을 받는 토지에 대한 손실보상'이란 글에서 배명호(법학박사)와 신봉기(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접도구역이나 개발제한구역, 상수원보호구역 등은 공법상 제한이 없는 상태로 보상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앞의 글에서 국토계획법에 의해 용도구역이나 지구, 구역으로 지정된 경우는 그 제한을 받는 상태로 평가해야 하지만, 그 이외의 경우에는 제한을 받지 않는 상태로 평가해 보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당초 목적사업과 연접해 다른 목적의 공익사업에 편입수용되는 경우 당초에 가해진 공법상 제한받는 상태대로 보상하면 사업시행자가 보상액을 적게 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다른 사전 제한을 가한 다음, 후에 그와 다른 사업을 시행해 토지소유자가 부당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한없는 상태의 평가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도로가 건설되면 확장을 예상할 수 있는데, 도로확장을 예상해 접도구역으로 지정해 놓고 그러한 제한이 가해진 상태로 수용해 보상한다면 토지소유자가 부당한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감사원감사는 사업시행자가 보상액을 줄이기 위해 다른 제한을 가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취득에서 모든 공용제한에 대해 제한이 없는 상태로 보상하는 것이 헌법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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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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