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콘서트 참여 후 교육정책 변화에 공감

교육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6개 권역을 순회하며 '2017 찾아가는 학부모 콘서트'를 개최했다.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혁신을 말하다'를 주제로, 고교 현장 교사와 대학 관계자들이 토론과 학부모 질문에 답했다. 전체 참석자 83.3%가 '만족'에 답했다. 특히, '2015 개정교육과정에 대해 기대가 컸다. 다만, 콘서트가 대도시 중심으로만 열려, 중소도시와 농산어촌 학부모들이 소외됐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당시 콘서트에 참여한 학부모 두 명에게 미래교육과 교실수업 개선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향실(고3학부모. 경기도 성남)씨와 서정숙(대전 대덕구 초중고 학부모)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교육을 이해하고 지지하려면 학부모들의 생각을 깨울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학부모와 일문일답.

■중학교 자유학기제(학년제), 달라진 수업과 평가 등 교육의 변화를 체감하나?

서정숙: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않은 첫째 아이가 고2 때 계열을 정하려니 상당히 막막해했다. 거의 학교에만 매어있던 요즘 학생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라 생각한다. 반면, 자유학기제를 통해 진로나 현장 체험을 다양하게 접한 둘째 아이에게는 생각할 여유가 더 많아진 것 같다. 자유학기제와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정책적으로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이향실: 고등학교의 경우 학교마다 아직은 편차가 크다. 분당은 사교육 인프라가 갖춰진 데다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다 보니, 고교마다 운영 방침이 다르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권장하고, 수시에 맞춰 운영하는 학교가 있는 반면, 여전히 밤늦게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입시와 직결되지 않는 활동은 잘 허용하지 않는 학교도 있다.

■새 교육과정에 맞는 대입제도 개편에 진통이 크다. 학부모들의 고민은 무엇인가?

이향실: 지속가능한 환경 건축을 꿈꾸는 아이는 관심 분야 활동에 적극적이다. 상대적으로 학원 갈 시간도 없었기에 좀처럼 오르지 않는 수학 성적이 대입 문턱에서 현실로 다가왔다. 아직도 국영수 성적이 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불안한 게 사실이다.

아이는 <물리Ⅱ>와 <화학Ⅱ>를 배우고 싶어 했다. 희망 인원이 적어서 결국 과목 개설이 안 됐다. 성적 받기 좋은 과목에만 학생들이 몰리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새 교육과정도 제대로 정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서정숙: 학교에는 상위권 학생들만 있는 게 아니다. 어중간한 성적이나, 특출 나지 않은 학생들이 더 많다. 이런 아이들이 자기 진로를 찾아갈 기회가 부족하다보니 입시에만 매달리는 구조다. 조카가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한 경험을 쌓겠다며 수능을 보지 않았다. 우리 사회는 이런 학생들을 낙오자로 분류한다. 반드시 대학만이 길은 아니지 않은가. 다양한 선택을 하려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교육 정책의 잦은 변화가 학부모들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이 크다.

서정숙: 급변하는 사회에서 교육정책을 한쪽으로만 밀고 간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시대 변화에 따라 교육은 달라져야 한다. 오히려 가장 변화가 느린 분야가 교육이라고 하지 않나. 과도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변화에 따른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이향실: 한국 사회에서 대입정책이 학교 교육과 학부모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입시에서 국영수 뿐 아니라, 음미체도 중심과목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설계해야 한다.

2015 개정교육과정이나 고교학점제 등이 자리를 잡기까지 대학입시가 제도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학부모 콘서트 때 각계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막연하게 들렸던 4차 산업혁명이 피부에 와 닿았다. 교육 정책이 왜 변화할 수밖에 없는지 공감하게 됐다. 정부가 학부모들이 교육 정책의 지지자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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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