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지분율 낮추고 내부거래는 늘려 '꼼수' … 박근혜정부 공정위도 근절 의지 안보여

2014년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를 막기 위한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가 도입됐지만 이후 5년간 내부거래 비중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이 규제 사각지대를 악용, 꼼수를 동원해 일감몰아주기를 늘려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근혜정부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 이런 현상을 방임해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위는 현행 규제의 사각 지대가 상당한 만큼 규제대상 지분기준을 강화하거나 간접지분까지 포함해 규제대상을 넓히는 식으로 사익편취 규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규제도입 직후 줄긴했지만 = 26일 공정위에 따르면 2014년 사익편취 규제 도입 직후 내부거래를 일부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었으나 사각지대 발생 등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익편취란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에 대기업집단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줌으로써 총수일가 주주가 부당하게 이익을 가져가는 행위를 뜻한다. 현행법에서는 이러한 사익편취를 막기 위해 총수일가 지분 30%(비상장사 20%) 이상 상장사의 200억원 이상 또는 매출의 12% 이상 내부거래 금지하고 있다.

2014년 사익편취 규제 시행 이후 규제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규제도입 당시인 2013년 160개사 평균 15.7%에서 2014년 11.4%(159개사)로 급감했다. 하지만 2015년 12.1%(147개사), 2016년 14.9%(80개사)로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14.1%(203개사)로 소폭 감소했지만 이는 대기업집단 지정기준 조정에 따른 영향을 받은 것으로, 규제도입 전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5년 연속 규제대상에 포함된 56개사만 따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내부거래 비중이 2013년 13.4%에서 2014년 11.6%로 일시적으로 급감했지만 2013년 13.1%로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2016년 13.3%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4.6%로 규제도입 전보다 늘었다.

◆30%까지 규제하니 지분 29.99% 보유 = 왜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안이 적용됐음에도 내부거래 비중은 더 늘었을까. 규제시행에 맞춰 총수일가의 지분만 규제기준보다 조금 낮추고, 내부거래 비중은 더 늘렸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현대차그룹의 광고를 독점하는 이노션은 2005년 정몽구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가진 회사로 설립됐다. 2014년 규제가 시행되자 2013년~2015년 총수일가 지분 매각과 2015년 7월 증시상장을 통해 지분을 낮췄다. 총수일가 지분은 3월말 현재 정 회장의 딸인 정성이 고문 27.99%,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2% 등 모두 29.99%다. 규제기준인 30%보다 0.01%p가 작다. 하지만 이노션과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 규모는 2013년 1376억원에서 2017년 2407억원으로 75% 급증했다.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줄곧 40%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5년 이후 50%를 넘어섰다. 정 부회장은 이노션 주식을 팔아서 마련한 돈으로 핵심 계열사 주식을 사들였다. 이노션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져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실제 총수일가 지분율이 29%이상 30%미만인 상장사의 경우 규제대상에서 빠졌지만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20.5%, 2015년 21.4%, 2016년 20.6%, 지난해 21.5% 등으로 규제대상에 포함된 회사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간접지분으로 경영권 유지 = 특히 총수일가가 간접지분으로 보유한 회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접지분 보유란 총수일가는 규제대상인 30% 이하만 지분율을 갖고, 총수일가가 경영권을 갖고 있는 다른 계열사가 나머지 지분을 갖는 식의 꼼수를 말한다. 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가 지분을 50%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들의 경우 규제도입 당시는 물론 이후에도 평균 15% 이상 내부거래 비중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회사 지분율이 80% 이상인 자회사의 경우 80% 미만인 자회사들과 비교해 내부거래 비중이 18~35.2% 등으로 훨씬 높았다. 특히 규제대상에서 빠진 총수일가 지분율 20~30%인 상장사들의 자회사들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이 70% 이상인 기업이 23곳에 달했다.

기업들의 내부거래 감시·통제 시스템도 충분치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상장사의 경우 이사회내 사외이사 비중이 50%를 넘어섰지만 이들의 반대 등으로 원안가결이 되지 않은 안건 비율은 0.39%에 불과했다. 2016년 4월 1일부터 지난해 4월30일까지 해당 기업들의 내부거래위원회에 상정된 안건(208건) 중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1건도 없었다.

공정위는 이러한 분석 결과와 관련해 현행 사익편취 규제는 일부 개선효과가 있었으나 사각지대 발생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사익편취규제 강화 관련 의원발의 법안이 다수 계류 중이다. 규제대상 지분율을 상장, 비상장 구분없이 10%, 20% 등으로 강화하거나 지분율 산정시 간접지분을 포함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공정위는 현재 운영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 기업집단분과에서 이러한 법안 내용을 포함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 국장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실효성과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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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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