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비계 사망률 0%, 보급 확대해야 … 소규모 업체 정부지원 확대 절실

지난 3월 부산 엘시티 포스코건설 작업장에서 추락사고로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삼성전자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도 추락사고가 발생해 하청 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8월 1일에는 창원시 한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50대 노동자가 작업장 개구부에 빠져 7m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다. 또 9월에는 경기도 한 상가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우즈베키스탄인 노동자가 철제 작업대 위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한 소규모 건설현장에 설치된 시스템 비계. 안전보건공단 제공


건축물 고층화, 기계설비 대형화로 인해 끊이지 않고 있는 추락사고는 '재래식 재해'로 불린다. 안전시설 미비로 발생하는 인재적 성격이 강해 안전시설 투자만 늘려도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현장의 경우 산업재해 사망자 중 60% 가량이 추락사고에서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건설현장은 전체 산업에서 추락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2017년 국내 산업현장에서 추락사고 재해를 당한 노동자는 14만308명이다. 이 중 건설분야에서 절반이 넘는 8608명(60.2%)이 재해를 당했다.

건설분야 전체 산업재해에서도 추락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지난해 2만5649명에 달했던 건설분야 재해자 중 8608명(33.6%)이 추락사고로 재해를 입었다. 특히 사망자 579명 중 추락사고로 사망한 노동자가 276명(47.7%)에 달했다.


건설분야에서 추락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업종 특성상 생산형태가 일정 공간에 구조물을 축조하는 것이라 다른 산업보다 떨어짐 위험이 높은데 반해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또 일용 근로자가 대부분인 건설근로자의 안전의식 역시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올해 사망자 31명 비계사고 = 전문가들은 건설업계 추락사고를 줄이는 방안으로 시스템 비계를 주목하고 있다. 시설 확충만으로 단시간 내에 사고원인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현장 추락 사망재해의 약 26%(73명)는 비계설치 대상 현장에서 발생했다. 올해 상반기 동안 발생한 추락사고 사망자 107명 가운데 31명(29%)도 비계와 관련한 사고였다.

건설분야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한 작업발판과 안전난간 설치부터 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계란 건설현장에서 노동자가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임시가설물이다. 비계는 재료운반이나 작업자의 통로 및 작업을 위한 발판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통나무를 조립해 사용했지만 지금은 주로 강관을 재료로 쓴다. 강관을 사용하는 비계는 일반과 시스템으로 나뉜다. 일반 비계는 현장에서 강관을 바둑판 모양으로 조립하는 방식이다. 일반 강관 비계도 규격에 맞는 재료를 쓰고 발판을 촘촘하게 설치하면 어느 정도의 안전성은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소규모 공사 현장에서 공사비 절감을 위해 발판을 군데군데 설치하거나 볼트와 너트를 꽉 조이지 않는 경우가 있어 추락사고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것이 시스템 비계다. 시스템 비계는 발판과 통로, 안전난간을 공장에서 사전에 제작해 일괄적으로 설치한다. 작업자들도 안전대를 착용하고 작업할 수 있어 발판이 떨어지더라도 추락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경기도 하남시 건설현장에서 만난 이일남 안전보건공단 경기동부지사 차장은 "비계만 제대로 설치해도 추락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핵심적인 안전시설인데도 일부 사업주나 현장소장들이 발판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스템 비계를 설치한 사업장의 경우 단 한건의 사망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 차장의 설명이다..

◆안전하다는 것 알지만 비용이 문제 = 전문가들은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지원확대가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시스템 비계가 안전하다는 것은 업계 종사자 누구나 알지만 일반 강관 비계보다 단가가 높아 소규모 업체들이 사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실제 건설현장 추락사고는 소규모 현장에서 많이 발생한다. 지난해 추락사고를 공사규모별로 보면 120억원 미만의 중소규모 건설현장에서 7445명( 86.5%)이 재해를 당했다.

현재 정부도 영세 사업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억원 미만 현장에 대해 시스템 비계 설치비를 2000만원까지 지원한다. 내년 지원예산은 올해 238억 원보다 93억 원 늘어난 331억원으로 증액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에산을 보다 많이 증액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시스템 비계 보급률이 16.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모든 작업장에 시스템 비계를 설치한다는 한 중소 건설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예산을 늘려 소규모 업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상반기 중에 예산이 바닥 나기 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하는 업체들이 일반 강관 비계를 설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산을 대폭 늘려 일정기간 지원한다면 비계관련 시장이 형성돼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면서 "실제로 정부 지원이 시작되면서 업체가 늘어나고 가격이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도 건설분야 추락사고 감소를 위해 시스템 비계 보급률을 현재 16.7%에서 2022년 6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지난해 말 현재 73명이었던 비계 관련 추락사고 사망자를 2022년까지 15명으로 80% 줄인다는 계획이다.

[관련기사]
[선진국들은 추락사고에 어떻게 대응하나] 공사관련자 모두 모여 안전대책 마련

[산업재해 사망사고 절반으로 줄이자 연재 기사]

한남진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