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범죄단체 인정

1차 상담원은 사기죄

청년 구직자들이 취업에 실패하면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는 20대들이 늘고 있다.

지난 9월 중국·태국 등에 콜센터를 두고 활동하던 보이스피싱 조직이 검거됐는데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이 가장 많았다. 대부분 취업을 알아보던 구직자들이었다.

대법원은 2016년 보이스피싱 조직을 처음 범죄단체로 인정했고 지난해 각종 쟁점에 대해 구체적인 판결을 내렸다. 주로 조폭단체에 적용하는 범죄단체를 보이스피싱 조직에도 적용한 것이다. 형법 114조는 범죄단체 조직과 관련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을 명시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주로 사기죄로 처벌해왔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 형법상 사기죄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다만 재산상 이익이 5억원을 넘으면 특경가법이 적용돼 법정형이 3년 이상이다.

대법원은 범죄조직단체 판결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2차 콜센터 상담원에 대해서도 조직원으로 보고 중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의 보이스피싱 조직은 세부적으로 1차 콜센터팀과 2차 콜센터팀, 대포통장 공급책, 현금인출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1차 콜센터 상담원들은 피해자들에게 전화해서 저축은행 직원을 사칭,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여 피해자의 정보를 파악하는 역할을 맡는다. 2차 콜센터 상담원들은 1차 콜센터 상담원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토대로 다시 피해자에게 전화해서 저축은행 직원을 사칭, "대출을 받으려면 연체기록을 삭제해 신용등급을 올려야 한다. 우리가 알려주는 대부업체에서 소액을 대출받아 신용관리 비용으로 그중 일정액을 보내주면 신용등급을 올려주겠다"고 거짓말을 해서 돈을 송금받았다.

이같은 수법에 당한 피해자는 3037명, 피해액은 53억원에 달했다.

쟁점은 콜센터 상담원들의 범죄성립 여부였다. 검찰은 1차 상담원의 경우 범행의 준비단계여서 범죄단체가입 또는 활동에 대한 고의 인정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사기죄로만 기소했다. 범죄단체 조직원으로 기소한 2차 상담원의 경우 법원은 성과에 따라 수익을 분배받을 적극적인 동기를 갖고 피해자들을 속여 피해금액을 대포통장으로 송금받는 행위를 했다며 이는 지시나 명령에 소극적으로 응한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총책인 박 모씨에 대해서는 징역 20년과 추징금 19억5000만원이 선고됐고 상위 직급인 팀장과 실장 등 15명은 징역 8년~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콜센터 상담원 등 61명에게는 징역 4년~10개월에 일부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중 2차 콜센터 상담원들은 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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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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