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취선 외에도 제거 방식 다양 … 일본, 시행착오 거쳐 개선

'반짝' 관심 안돼 … 일관된 정책으로 지속적인 기술투자 필요

지난해 4월 '재활용 쓰레기 수거중단' 사태 이후 또다시 재활용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페트병 재활용 업계가 심상치 않다. 유색 페트병 문제부터 재활용 등급 개정 논란까지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무엇이 문제일까. 내일신문은 3회에 걸쳐 재활용 쓰레기 수거중단 이후 달라진 시장 상황과 대안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12일 환경부는 '재활용이 쉬운 페트병 생산이 확대되도록 제도 개선을 한다'는 취지의 정책 백브리핑을 정부세종청사에서 했다. 주요 내용은 △재활용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페트병 몸체 색상을 무색으로 하고 △라벨을 몸체로부터 쉽게 제거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활용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만큼은 제대로 정책이 집행되어야 한다며 좀더 강도 높은 실행력을 주문했다. 이에 내일신문은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긴급 좌담을 12일 열었다. 서울 서대문구 내일신문 본사에서 열린 좌담에는 페트병 재활용 업체를 운영 중인 권두영 씨케이 대표와 맹성호 준영산업 대표, 포장기술컨설팅업체 케이피 이유석 대표,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참석했다.

사진 이의종


■ 지난해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에 이어 여러 정책들이 집행되고 있는데, 실제 현장은 어떤가.

권두영 씨케이 대표(권): 생산자들의 변화가 느껴진다. 유색 페트병이 무색으로 전환하는 등 여러 움직임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진 측면도 있다. 무색으로 페트병을 만들려다 보니 (제품 마케팅 측면에서)라벨 크기가 커지는 등의 변화가 생겼다. 그래서 라벨 문제가 더 부각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맹성호 준영산업 대표(맹): 그동안 얼마만큼 재활용을 했느냐가 중요했지 재활용 질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처리량 위주로만 시장을 대해왔다는 얘기다. 페트병을 무색으로 바꾼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페트병에 들어있는 첨가물질이 재활용 때 문제가 되는데 이런 부분들도 고민해야 한다. 종전과 달리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쪽으로 '재활용을 어떻게 할거냐'하는 질적인 점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한다.

■ 최근 페트병 라벨에 접착제를 쓰는 부분 때문에 논란이 일었는데, 소비자들이 어떤 경우에든 라벨을 손쉽게 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홍): 페트병 라벨을 둘러싼 논란은 일정 부분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라벨을 제거하고 페트병을 버려라'고 홍보했다. 그러면 당연히 국민들은 페트병 라벨을 잘 뗄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요구할 수 있다. 접착제를 쓰더라도 소비자들이 라벨을 잘 뗄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들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부는 포장재를 만드는 기술이나 재활용 현장 등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제도설계를 해야 한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비중1 이상 비접착식 라벨 확대 주장은 현재의 재활용 현장을 고려하지 않고 라벨제거를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일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유석 케이피 대표(이): 라벨을 손쉽게 제거할 방법은 굉장히 다양하다. 접착제를 사용한 라벨을 소비자들이 무조건 못 뜯는 건 아니다. 일본의 경우 접착제를 사용하지만 라벨의 한 부분에 삼각형 모양으로 벗기는 곳을 표시해 떼기 쉽도록 한다. 삼각형 부분에는 접착제를 도포하지 않아서 그 부분을 잡고 라벨을 떼어 낼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12일 서울 서대문구 내일신문 본사에서 페트병 재활용 문제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이 열렸다. 사진 이의종


■ 접착제를 사용한 라벨이 떼기 쉽다니,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 접착제를 사용하자는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 라벨은 기본적으로 접착제를 쓰는데 이 라벨이 잘 떨어질 수 없는 구조로 페트병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접착제를 사용하더라도 구조적으로 라벨이 잘 제거되도록 만드는 노력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 라벨 제거가 잘 된다는 일본 역시 시행착오를 수없이 겪으면서 개선해오고 있다.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절취선을 1줄로 넣었더니 라벨 제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절취선이 끊어지는 등 여러 문제가 생겨 2줄로 넣었다. 나아가 소비자들이 좀 더 편하게 라벨을 뗄 수 있도록 절취선이 있는 부분은 페트병이 움푹 들어가도록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라벨 제거가 쉽도록 노력을 계속 해왔다는 얘기다.

: 환경부의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등에 관한 기준 개정 고시(안)'을 보면 재활용이 용이한 우수 재질 구조의 페트병 라벨 조건으로 △소비자가 손쉽게 분리 가능하도록 하는 구조 △비중 1미만의 합성수지 재질(1순위: 비접(점)착성, 2순위: 열알칼리성 분리 접착제 사용)을 들었다. 라벨 형식에 따라 도입 가능한 형태로 분리 용이성을 높이는 점을 강조했는데, 접착제 사용과 소비자가 라벨을 쉽게 떼도록 하는 부분은 별개라는 소리다. 접착제 사용 면적을 최소화하고 구조를 바꿔서 소비자가 라벨을 잘 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페트병 재활용 부분을 보면 우리 국민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분위기가 있다. 의무생산자는 재활용이 쉽도록 재질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국민들은 분리배출을 잘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잘 수거하는 등 각각의 영역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페트병 라벨을 잘 떼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고 국민들이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맞지 않다.

■ 그래도 페트병 라벨에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좀 더 친환경적이지 않나.

: 각 국가별로 시스템이 다르지만 페트병 재활용 공정 과정에서 약품 세척은 다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은 라벨을 사용한다고 해서 가성소다를 쓰지 않는다는 얘기는 잘못된 소리다. 집에서 분리 배출한 페트병은 수거해서 압축과정을 거친 뒤 재활용 업체에 들어온다. 이 압축 과정에서 페트병 안에 들어있던 과즙 등 여러 액체들이 다 묻게 된다. 이를 세척하지 않으면 양질의 플레이크를 만들 수 없다. 재활용 시스템을 모르는 사람들이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 페트병은 재활용시 칼로 조각조각 파쇄를 한다. 절단면 표면에 붙은 먼지 등 이물질들을 씻어내지 않으면 변색이 일어나서 품질에 문제가 생긴다. 무색 플레이크를 만들어야 하는데 변색이 일어나면 제품성이 떨어질 수밖에.

: 기본적으로 접착제를 덜 쓰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는 건 맞다. 하지만 라벨을 페트병에서 뗄 수 있는 방법이 비접착 방식만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접착제를 쓰더라도 국내 재활용 현장에서 비중 1미만 라벨은 비중분리 방식을 이용해 분리하고 있다.

■ 페트병 라벨에 사용하는 접착제가 다른 식품류 포장재에는 사용되지 않나.

모두: 아니다. 동일하게 사용된다.

: A사 음료의 경우 입이 접촉하는 부분에도 접착제를 사용한다. 포장재는 관련 법상에 인체에 유해하지 않게 만들도록 되어 있다.

: 페트병 라벨에 사용하는 접착제는 직접적으로 우리 신체와 닿을 일이 없다. 물론 소비자 손에 접착제가 묻는다면 문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마시는 음료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 이달 안으로 환경부가 고시를 확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제대로 집행되는 문제가 남아있는데 향후 개선되어야 할 점은.

: 지난해 재활용 쓰레기 수거중단 사태 이후 정책 집행력에 속도가 붙은 점은 긍정적이다. 제일 중요한 사항은 올해만 하고 또다시 중단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정기적으로 진행 상황이나 미비점 등을 체크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술개발도 가능하다. 정부가 의지가 있고 정책이 일관성이 있을 때 재활용 업체들도 기술 개발 투자를 할 수 있다.

: 일시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항들이 얽혀있다. 가장 기본적 사항인 재활용품목 분류기준도 모호한 측면이 있다. 재활용 품목으로 분류할 것이 있고 아닌 것도 있는데 현 시스템은 이러한 구분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이런 점들부터 제대로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 일본의 경우 라벨을 제거하지 않고 페트병을 배출하면 수거를 거부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각 국가별로 맞는 시스템이 있다. 선진 제도를 벤치마킹해도 우리 상황이 소화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는 소리다. 자원순환사회를 추구하면서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재활용 시스템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쓰레기 수거중단 사태, 벌써 잊었나 연재기사]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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