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트럼프와 정상회담 … "개성공단 재개, 적당한 시점 돼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간 비핵화 대화 재개 가능성에 공감하면서도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등 부분적 재제완화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확인하고 '남북미 회담이 전적으로 김 위원장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한-미, 한반도 비핵화에 빛샐틈 없는 공조" =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한반도 비핵화와 양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두 정상은 이날 12시 18분부터 모두발언을 포함한 기자들과 일문일답 시간을 가진 후 20여분 간의 단독·소규모 회담을 이어갔다. 이후 외교안보 각료·참모들과 함께 확대회담을 겸한 업무오찬을 실시했다.

한-미 정상 내외 '로즈가든을 통해'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낮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로즈가든을 통해 함께 정상회담장으로 향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뒤에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가 함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문 대통령은 단독회담에 앞서 열린 모두발언을 통해 "제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도 결코 실망할 일이 아니라 더 큰 합의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시켜 나가고 또 가까운 시일 내에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리라는 전망을 세계에 심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국은 미국과 함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의 최종적 상태, 그 비핵화 목적에 대해 완벽하게 동일한 생각 갖고 있고, 빛샐틈 없는 공조로 완전한 비핵화 끝날 때까지 공조할 것이라는 점을 약속 드린다"고 말했다. 3차 북미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일각의 한미간 견해차를 의식한 입장표명으로 비친다.

◆트럼프 "북한과 계속 대화하길 바라" =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신뢰감을 표하고, 북미 정상회담 재개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는 북한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더 좋은 관계다. 앞으로도 계속 대화하기를 바란다"며 "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잘 알게 됐고 존경하고 있다. 희망컨대 시간이 가면서 좋은 일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과 좋은 회의를 가졌지만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진 못했다"며 "여러 문제에 합의한 건 사실이다.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이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모두를 위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단지 한반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너무 빠르면 제대로된 합의 안돼" = 이날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 등에 관한 의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과 제재해제 관련 논의'여부에 대해 "오늘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추가적 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선 동의하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계획'에 대해 그는 "일어날 수 있지만 차근차근 진행될 것"이라며 "너무 빨리 진행되면 제대로 된 합의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미 회담 여부도 "전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면서 공을 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전조치에 따른 제재완화 등 단계적 보상조치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이어갔다. 그는 "현재의 제재가 유지되기를 원한다"면서 "현재 제재가 공평한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른 제재의 수준이라는 의미이다.

◆"문 대통령, 필요한 일 할 것" = 인도적 차원의 북한에 대한 지원에는 동의하지만 비핵화 보상조치에 따른 경제제재 완화에는 선을 그었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지지의사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재개를) 지지하겠지만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여러 나라가 북한을 지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이런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현재의 대북제재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를 옳바른 방향으로 끌고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취재진과의 공개대화에서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관해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두 정상의 역할에 따라 의제의 논의가 달라질 수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미 회담' 가능성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면서도 "오랫동안 이 문제를 다뤄온 문 대통령이 필요한 일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 대통령의 중재·촉진역할을 통해 진전된 협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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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 =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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