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경영참가 주주권행사 논의· 포기 과정 '의문'

"보건복지부, 단기매매차익반환 관련 잘못된 정보 제공"

이틀 전에야 의결권 행사 결정 위한 수탁위 개최 '문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첫 번째 주주총회에서 전문성과 독립성 부족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연금의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행사 결정과정에서는 보건복지부가 단기매매차익반환제도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알려줘 경영참가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올해만 9차례 회의를 소집하는 등 빈번하게 움직이는 듯 했지만 주총 이틀 전에야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를 소집하는 등 형식적으로나 결정 내용에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2019년 주주총회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한계 진단 및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가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바른미래당 채이배, 정의당 윤소하 의원 주최로 열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보건복지부의 알 수 없는 정보제공 =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튜어드십 코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영향력을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달 대한항공 총수의 이사 연임이 최초로 부결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국민연금의 반대의결권 행사가 안건 부결까지로 연결된 경우가 드물었다.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만으로는 부족하며 다른 기관투자자들을 설득, 연대를 충실히 해야하는데 이를 실행하지 못했다.

김남근 변호사(민변 부회장)는 이날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경영참가 주주권행사를 하지 못한 과정에 대해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올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과정과 결정내용에는 많은 의문이 제기됐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대한항공의 경영참여 주주권행사 포기에는 보건복지부의 알 수 없는 정보제공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맞이하며 국민들은 대부분 대한항공에 대해 국민연금이 정관변경, 이사해임 등의 경영참가형 주주권행사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대한항공에는 독립적인 이사추천, 횡령·배임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힌 임원의 이사자격 제한 정관변경 등의 경영참가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고 한진칼에 대해서만 경영 참가형 주주권 행사를 했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는 경영참가 주주권행사를 하지 않은 이유는 단기매매차익 반환제도 때문이었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논의에서 보건복지부가 경영참가 주주권 행사를 하는 경우 마치 소급하여 과거 6개월간 단기매매차익 102억원을 반환해야 하는 것처럼 설명을 한 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단기매매차익은 향후 6개월치를 반환하는 것이지, 과거 6개월치를 반환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 자본시장법은 10% 이상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경영참가형 주주권 행사를 선언하는 경우는 향후 6개월간 얻는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미공개 정보 이용에 대한 대응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김 변호사는 "국민연금은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하므로 경영참가형 주주권 행사를 선언한 후 단기매매차익을 챙기고 주식을 처분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그런데도, 틀린 정보로 102억원이라는 수치까지 계산해 수탁자책임 전문위원들에게 강조한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단기매매차익반환제도 개선해야 = 이에 강정민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단기매매차익반환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강 연구위원은 "기금운영위원회의 한진그룹 주주권행사 논의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단기매매차익반환제도 규정은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의 적극적 주주권행사에 심각한 제약을 가져오고 있다"며 "국민연금의 주식투자의 경우 위탁운용자산 규모가 절반 이상 되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단순히 6개월 이상 거래를 중단한다고 해서 규제의 적용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 제도의 문제를 해소하면서 적극적 주주권행사를 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이 경영참가목적으로 전환하기 직전에 해당 종목의 거래를 즉각 중단하도록 해당 위탁 운용사들에게 통보하고, 이 시점부터 6개월 단위로 필요한 위탁운용사들에 한해 일괄매매 하도록 해 단기매매차익반환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 때문에 강 연구위원은 "보다 근본적으로, 내부정보 이용 가능성이 적은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단차 규제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날 '10%룰' 적용에 대한 유권해석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0%룰은 내부자의 단기매매차익 반환에 관한 조항으로 이는 내부자가 미공개주요정보를 이용해 단기매매차익을 올리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박 교수는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들이 국민연금으로부터 내부정보를 받아서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들 위탁운용사들의 매매 행위를 주요주주의 매수·매도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점 드러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불과 이틀 전에 의결권행사 결정을 위한 수탁자책임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지난달 대한항공 주총일은 27일이었다. 이를 앞두고 불과 이틀 전인 25일에서야 수탁자책임위원회는 회의를 개최해 조양호 이사 연임안건에 대한 찬·반 의결방향에 대한 논의를 붙였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거나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 비중이 1% 이상인 상장회사에 대해 의결권 행사내역을 사전공시하기로 했고 대한항공은 이에 해당하므로 의결권 행사내역을 사전공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주총 1주일 전에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에서 논의가 되어야한다.

또 수탁자책임위원회에서 결론을 못 내리는 경우 최종적으로 기금운용위원회에 결정을 올려야 하는데, 주총 2일 전에 수탁자책임위원회를 개최하면 기금운용위원회를 개최할 수 없어 의결권 행사 결정을 못하고 기권처리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 25일 수탁자책임위원회는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다음날로 미루어 대한항공 주총 하루 전 저녁시간에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내의 주주권행사분과와 책임투자분과 합동회의를 통해 조양호 이사연임 반대의결을 하게 됐다.

수탁자책임위원회에 의결권행사를 위임하는 기준도 불명확하다.

많은 경우 국민연금 자체적으로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였는데, 올해 국민연금은 현대엘리 베이터 현정은 이사의 연임안건과, 대한항공 조양호 이사의 연임안건 등 몇몇 안건에 대해서만 수탁자책임위원회에 의결권행사 자문을 구했다. 특히 대한항공 조양호 이사 연임안건에 대해서는 이미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반대의결권 행사를 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되어 있던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탁자책임위로 안건을 떠 넘긴 것이다.

강 연구위원은 "정치적으로 부담되는 의결권행사 결정을 수탁자책임위원회에 넘겨 기권처리를 유도하려 한 것 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국민연금 내부기관에서 의결권행사를 결정하는 사안과 수탁자책임위원회에 의결권 행사 자문을 맡기는 사안의 기준을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올해 주주총회 핵심 사안이던 한진그룹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적극적 추진 의사에도 불구하고 그 하부위원회인 전문위원회가 막아서는 양상이었다.

이에 강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수탁자로서의 책임이행을 강화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가 자신의 역할에 부정적이라면 스스로 해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위원장을 맡고 있 는 박상수 교수는 정부추천(국민연금) 인사로 보건복지부의 권고로 위원장에 호선되었는데 박상수 위원장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반대론자였음이 밝혀졌고, 회의에서 기업 입장을 옹호하며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행사에는 부정적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주주권행사를 위해 경영참여 주주권행사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 연구위원은 "자본시장법상 경영참가목적 주주권행사의 범위가 광범위하게 설정되어 있는 데 임원 중 한 두명에 대한 선임 제안은 예외로 허용할 필요가 있으며,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유지청구 권 행사, 배당에 관한 사항(연기금은 제외) 등은 주주의 당연한 권리로 진정한 의미의 경영 참가목적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9년 주주총회 결산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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