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 충분히 의안 검토할 시간 없어 … 삼성증권 등 '간보기'식 공시 행태도 문제

주총 소집통지 앞당기고 감사보고서 첨부해야 … 주주제안 취지·내용 공시 의무화

올해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한 결과 논란 소지가 있는 이사후보 추천사례가 여전히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증권가에서는 기업들의 실적에 저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외부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사례도 속출했다. 그런데 주총 소집통지기간이 너무 짧아 주주들이 의안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다.

전문가들은 주총 소집통지 기간을 다른 나라들과 같이 길게, 앞당기고 외부감사보고서, 영업보고서 등을 첨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한 주총 결과는 구체적으로 공시할 것을 의무화하는 제도가 신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외이사 독립성 결격사유 많아 = 24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본 한국기업의 현재와 미래' 2차 토론회에서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는 "기업가치 훼손 이력 등 논란 소지가 있는 오너 일가가 사내 이사 후보로 선임되는 경우가 여전히 다수를 차지했고 사외이사는 적격성보다는 독립성에 결격사유가 있는 후보들의 비중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사내이사의 경우 일감몰아주기 수혜, 횡령 및 배임, 담합 등의 논란이 있는 오너 일가가 사내이사로 신규서임 또는 재선임 된 사례가 많았다. 사외이사의 경우엔 독립성에 결격사유가 있는 후보들의 비중이 70%, 적격성의 결격사유가 있는 후보는 13.7%로 임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질보다는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성 이슈로 인한 반대가 많았다.

'간보기' 식 공시행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류 대표는 "사내·사외 이사후보에 대해 먼저 공시한 후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간보기 식의 번복 공시행태는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주주총회를 무시하고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삼성증권의 올해 정기주주총회 공시를 살펴보면 주총 소집 공시를 두 번이나 변경했다.

먼저 2월 20일 초안에서는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김경수 후보를 공시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특수관계법인 재직 중으로 독립성 요건이 결여되고 내부통제시스템 감독 미흡, 직무 미충실 우려로 반대의견이 쏟아졌다. 그러자 삼성증권은 3월 7일 정정공시를 내며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문경태 후보를 제안했다. 그런데 14일엔 2차 정정 공사를 내며 주총 소집 날짜와 장소도 변경하고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이영섭 후보를 새롭게 제안했다. 사외이사들이 주총을 코앞에 두고 연임을 고사하면서 주총 일정을 다시 짜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짧은 주주총회 소집통지기간 때문에 주주들의 의안검토 기간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상법상 주주총회 최소소집통지 기간은 14일이다. 이는 주요 선진국 중에서 짧은 편이다. 미국의 델러웨이주는 주주총회가 열리기 40여일 전에 통지서를 발송한다.

외부감사보고서는 주총 1주전까지 회사에 제출하게 돼 있다. 때문에 주총 소집 통지시 외부감사인의 의견이 제공되지 않는다. 소집통지시 의안 관련 기재사항에 대한 규정이 미흡해 이사선임의 경우에도 주주입장에서 선임 이유 등을 알 수 없다. 주총 찬반 결과에 대한 공시규정도 없다.

◆주주총회 소집 3주 전으로 앞당겨야 = 황현영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이런 현행 주주총회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주주들에게 충분한 의안 검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조사관은 주총제도 개선 방안으로 △주주총회 소집통지 2주전을 3주 전으로 앞당기도록 함 △소집통지의 전자적 발송 가능하도록 주주 동의절차 관련 개정 △주주총회 소집통지시 외부감사보고서, 영업보고서 첨부 △소집통지시 의안 관련 기재 사항에 대한 내용 구제적 규정 △주주총회 결과에 대한 공시의무 신설 등을 제안했다.

정성엽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주주제안의 취지와 내용을 다른 주주들에게 알릴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 본부장은 " 현재 일부 주주제안자는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기 위해 주주제안의 취지 등을 담고 있는 참고서류를 제출하고 있다"며 "주총 이전에 주주제안자가 주주제안 취지 등을 사전에 문서로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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