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물질 배출에 나무 고사

최근 시민환경단체들이 낙동강 식수 위협 제거와 영풍석포제련소 폐쇄를 위한 모금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공장이길래 공장 폐쇄를 위한 모금운동이 벌어질 정도일까요?

석포제련소는 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에 위치합니다. 공장 설립 당시 봉화군의 세수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고 하는데, 지금은 연 12억~15억원 정도가 봉화군 세수로 들어온다고 합니다.

연평균 9000억원 이상 흑자(매출이 아니라)를 내는 회사가 연 15억원이면 2018년도 봉화군 예산규모 4100억원에 견주어봐도 크지 않은 액수입니다. 이상식 봉화군의원은 “봉화군 담배판매 세수 17억원에도 못 미치는 돈 내놓고 청정봉화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며 “군 재정 때문에 이 회사가 유지돼야 한다는 논리는 억지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석포면에 들어서면 거대한 굴뚝에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입니다. “수증기 발생지역”이란 표지가 붙어 있는데, 문제는 이 수증기가 닿는 산에 나무들이 다 죽어나가는 겁니다.

어떤 이유인지 공장 인근 산의 나무 고사는 2007년 이후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석포제련소 내부 공개는 흔치 않은 일인데,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면 두번 모두 폐수처리장을 견학(?)시켜 주더군요.

최종방류수는 눈으로 봐도 맑고 깨끗합니다. 실제 채수해서 분석해보면 바로 옆을 흘러가는 낙동강보다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가 낮습니다. 공장 관계자는 “먹어도 안 죽을 정도”라며 이 물을 벌컥벌컥 마시기도 합니다. 물론 오만가지 인상을 다 쓰면서….

문제는 최종배출수의 양입니다. 하류 1만2000톤의 물을 취수해서 사용하는데, 최종배출수는 1500톤밖에 안됩니다. 나머지는 증발되어 아황산가스 등과 함께 수증기 형태로 날아갑니다. 대기를 통해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더 많은 공장에서 ‘폐수 무방류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이상한 것은 이 공장 하류부터는 다슬기들이 관찰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석포제련소 바로 위까지 다슬기가 지천인데, 하류를 따라가면서 조사해보면 낙동강 본류엔 도산서원까지 다슬기를 찾을 수 없습니다.

석포제련소 하류 낙동강 본류에 다슬기가 없는 이유가 잦았던 황산유출 사고 때문인지, 수십년 동안 쌓인 폐광물 찌꺼기 때문인지, 공장 주변 토양으로 비산되는 독성물질이 비가 오면 씻겨 내려가기 때문인지, 석포제련소 폐수 때문인지 등은 지금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아연광석을 녹일 때 쓰는 황산 용액은 강물에 들어가면 물고기들은 물론, 강바닥에 붙어서 살아가는 저서성 생물이나 부착조류까지 몰살시키는 무서운 물질입니다.

게다가 이 일대 낙동강 상류는 지구 최남단 ‘열목어’(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서식지입니다. 낙동강 최고의 비경지대이기도 합니다.

석포제련소가 낙동강 상류에 들어선 건 1970년입니다. 그때는 제련소 인근에 아연광산이 있었습니다. 연화광업소가 1998년 8월에 폐광한 이후 석포제련소는 호주에서 캔 아연광석을 동해항으로 수입, 트럭으로 운송해서 낙동강 상류에서 녹이고 있습니다. 물류나 공장 입지 면에서도 말이 안되는 조건입니다.

2018년 환경부가 제련소 반경 4㎞ 내 토양오염 정도를 조사한 결과 70만8980㎡가 우려기준치 이상의 중금속에 오염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2019년 4월 17일부터 19일까지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한 환경부 특별 지도·점검 결과 △무허가 지하수 관정 개발·이용 △폐수 배출시설 및 처리시설 부적정 운영 등 6가지 위반사항이 적발됐습니다.

특별 점검에서는 폐수배출시설 및 폐수처리시설을 부적절하게 운영해 폐수가 유출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영풍제련소는 폐수를 적정 처리시설이 아닌 빗물저장수조로 이동할 수 있도록 별도배관을 설치·운영했습니다.

폐수처리시설에서 침전조로 유입된 폐수 중 일부가 넘칠 경우 다른 저장탱크로 옮긴 뒤 빗물저장수조로 이동시키는 별도배관을 설치·운영한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팔당댐 위쪽의 한강은 전체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서 공장도 짓지 못하게 하고, 농약 사용도 제한합니다. 팔당호 수질을 1급수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낙동강 수계에는 1300만명의 사람들이 100% 낙동강물에 의존해서 살아갑니다. 그런 낙동강 최상류에 독극물을 배출하는 중금속 제련공장이 50년 동안 버젓이 영업을 하는 기막힌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남준기 기자의 환경 현장 리포트 연재기사]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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