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철 대한가정의힉회이사장

친구나 직장동료로부터 갑자기 들려오는 소식들로 깜짝 놀란 적이 있을 것이다. "글쎄 부장님 말이야. 오늘 아침 출근하다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대, 뇌졸중인데 의식이 없대" 혹은 "우리 동창 누구 말이야 검사를 받았는데 암이래, 다 퍼졌대"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는다.

갑자기 지인의 일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지면서 불안과 두려움이 몰려온다. 갑작스러운 불행한 일을 겪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지낼 수는 없을까?

답부터 말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뇌졸중, 심근경색, 동맥경화와 같은 무서운 합병증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을 잘 조절하고 관리하면 발생을 현저히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암의 발생도 정기검진으로 조기 발견하면 생명에 지장이 없이 완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중·장년을 넘어섰다면 자신의 건강을 돌아보고 챙기고 관리해야 한다. 마치 자동차를 함부로 다루지 않고 아껴서 사용하듯이 우리들의 몸도 100세를 바라볼 때까지 문제없이 건강하게 사용해야 한다.

그러면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며 심각한 합병증의 발생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가장 간편하고 분명한 방법은 바로 자신의 특성과 병력을 잘 이해하고 관리해 줄 수 있는 좋은 주치의를 만나는 것이다.

주치의는 자신이 담당하는 환자들의 모든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루고 관리하여 심각한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일차의료 의사이다.

발병 예방하는 의료인 필요

일차의료 주치의의 핵심가치는 책임의료이다. 즉 환자들의 모든 문제가 가장 잘 해결될 수 있도록 건강 길잡이와 건강을 최적의 상태로 지키는 건강지킴이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때로는 환자의 유익을 대변하는 옹호자, 조정자의 역할과 더불어 친구, 상담자의 역할도 수행한다.

이러한 주치의 제도가 성공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일차의료 의사가 고유의 업무만으로 자신의 수입이 적절히 보장 될 수 있도록 제도가 완비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의학적 기술과 함께 윤리 의식이 투철한 일차의료인이 양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일차의료인은 자신의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이를 수행할 때 얻어지는 자긍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교육과 수련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가 생긴다. 내실 있는 전공의 수련은 물론 개원의사들의 교육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전문과에 관계없이 주치의 기능이 있는 일차의료인으로 진료하기를 원하는 의사들은 누구나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정책 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 유능한 일차의료인의 양성과 교육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정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전달체계의 확립과 건실한 주치의 제도가 뿌리내리기 위해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법의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통령만이 주치의를 갖고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 모두가 쉽고 편안하게 언제나 상담할 수 있고 자신의 건강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주치의가 꼭 필요하다. 이들 주치의가 각 사람의 특성에 따라 건강 위험 평가를 하고 이에 따라 각종 만성질환을 잘 관리할 뿐만 아니라 시간에 맞춰 각종 예방 접종이나 암 검진도 꼼꼼히 챙겨서 갑작스러운 뇌졸중, 심근경색, 또는 암, 감염성 질환의 소식이 더 이상 우리의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관리 해 줄 것이다.

또한 주치의는 다약제 복용의 위험을 관리하고 줄일 수 있다. 노인이 되면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아 여러 진료 과를 찾게 된다. 가는 곳마다 약을 처방 받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약을 복용하게 될 수 있다. 주치의는 우선순위에 따라 치료 목표를 세우고 약제를 최소한으로 복용 할 수 있도록 관리 할 수 있다. 이로써 예기치 못한 약물사고를 막을 수 있다.

[국민주치의제도 도입을 위한 특별기고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