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철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

현재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현실은 국민들이 각자 자기가 알아서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을 찾아 다녀야 하는 불합리한 환경 속에 빠져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 국민은 제때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을 잃게 되고, 병든 몸을 그나마 지키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고통스럽게 살게 된다.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은 급성기질환의 치료를 위한 첨단 의료 지식과 기술을 급속히 발전했지만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일차의료 영역의 성과는 매우 뒤쳐져 있는 기형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즉 암의 5년생존률, 급성심근경색증, 뇌졸중 등의 치료 성과는 OECD국가중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 관리와 이들 질병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은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실제로 고혈압 환자의 혈압 조절율은 43.8%, 그리고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 조절율은 27.2%에 머물고 있으며,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OECD 국가 평균의 1.5배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에서 일차의료의 기능과 역할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반증한다.

만성질환의 관리는 첨단 의료 장비나 기술 보다는 오히려 환자 교육과 상담으로 생활습관 개선과 혈압, 혈당, 지질을 목표 수치에 맞추어 치명적인 합병증의 발생을 예방하는 일차의료의 역할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병든 노인 증가 방치, 불행 증가

또한 일차의료와 주치의제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도 진행되는 노인인구의 증가와 이로 인한 의료비 상승을 생각할 때 더욱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2016년에 82.4세로 세계적으로 최고령 국가의 반열에 올랐다. 특히 OECD에서 발간한 자료를 보면 기대 수명의 증가 속도는 세계 최고이다.

그러나 이렇게 기대 수명이 늘어나고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일 수 만은 없는 이유가 있다.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자료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이상이 3가지 이상의 만성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노인 의료비도 급속히 증가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2060년에는 약 390조 7000억으로 2017년 한해 국가총예산과 비슷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고 이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여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려면 일차의료의 역할과 기능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만성질환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 할 수 있는 일차의료강화 및 보험수가지불정책을 새롭게 마련하여 대응하고 있다. 이것은 비단 의료계뿐만이 아니라 범국가적 차원으로 다루어져야 하는 과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지난 15년간 병상 수가 약 3배 가까이 증가한 유일한 나라로 일차의료의 강화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급속한 노인인구 증가로 인한 만성질환 증가와 치병적인 합병증을 관리하고 예방하려면 주치의제도와 일차의료 역량강화가 시급히 필요하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첨단 의료기술의 경우 OECD 국가 중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 했지만 한 국가의료시스템이 근간인 일차의료의 경우 의료지표가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주치의 제도 확립과 양질의 일차의료인 양성을 위한 교육과 수련, 의료인 재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주치의제도 도입을 위한 특별기고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