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봉준호 표준계약서'에 호평

"고용안정돼야 정책전문보좌진 양성 가능"

근로기준법 등 법률안 솔선수범 필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의 촬영현장에서 표준계약서가 지켜졌던 게 화제가 됐다. 봉준호 감독은 제작 과정에서 주 5회 근무, 주 1회 유급휴가, 4대 보험 같은 노동조건이 명시된 표준근로계약서를 스태프와 체결했다. 마냥 기다리는 경우도 많고 업무부담이 한 순간에 쏠린다는 점에서 국회 보좌진과 비슷한 특수성에도 표준계약서를 통해 근로환경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표준계약서는 특정 산업 분야에서 필요한 전문적인 계약 관련 내용을 정형화시킨 것으로 누구나 쉽게 참고해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만들어놓은 표본이다. 지난 21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방송스태프 노동자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봉준호 감독이 표준계약을 철저하게 이행하면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미담으로 많이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설훈 최고위원은 "모든 현장에 시스템으로, 규칙으로 자리 잡아서 상식화되고 문화의 기본적인 흐름으로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원들 뒤에 있는 보좌진들 | 국회의원들이 전면에 나서 법안과 현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그 뒤엔 보좌진의 조력이 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을 심의하기 위한 국회 정치개혁특위 정치개혁제1소위가 26일 김종민 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근로기준법, 공무원법 예외인 '보좌진' = 국회에서 보좌진은 고용계약을 별도로 체결하지 않는다. 보좌진과 관련한 규정은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과 '국회별정직공무원 인사규정'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이다. 국회의원에게 '무한 권한'을 보장해주면서도 책임부분은 생략돼 있다. 고용불안정과 근로조건에 대한 불만과 보완에 대한 목소리가 작지 않은 이유다.

2016년 전반기 국회때 국회의장 자문기구였던 국회의원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는 지난 2016년에 "보좌직원 임면권을 국회의원이 독점하고 있어 보좌직원의 고용 안정성이 낮으며 국회의원이 보좌직원에게 공적 업무가 아닌 사적 업무, 부당한 업무를 요구하거나 보좌직원의 급여를 자신의 정치자금으로 반환시키거나 유용하는 등 '갑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국회의원이 공적 업무가 아닌 사적 업무, 의정활동 지원 외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의 보좌직원에 대한 막말, 문재해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에 보좌직원에 대한 올바른 대우를 하도록 명시하는 등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의원-보좌관 파트너관계 만들어야 = 전문가들은 '고용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뒀다. 고용안정이 돼야 정책보좌관으로서의 역량을 쌓을 수 있고 의원과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생사여탈권을 국회의원이 쥐고 남용할 가능성을 과도하게 열어주게 되면 고용 불안과 열악한 근로환경, 과도한 사적 업무 대행 등으로 이어져 보좌진의 자부심이나 정체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좌진들의 자부심이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책보좌진으로 자기 전문분야를 확보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고용안정"이라며 "의원과 보좌진의 정책적인 면에서의 파트너 관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선례가 중요하다. 노무법인 해원의 김명진 대표노무사는 "가장 좋은 것은 법으로 규정하는 게 필요하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표준계약서나 실천규범 등의 권고나 규정에 넣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보좌진과 합리적인 약속을 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우 교수는 "국회에서 고용 문제 등 사회적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 선제적으로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면서 "카톡 금지, 괴롭힘이나 성추행 등에 대해 문서상으로 약속을 하고 이를 검증받으면 된다"고 주문했다.

한편 보좌진들의 애로사항을 접수하고 처리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앞의 의장 자문위는 "미국 하원에서는 보좌진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부당노동행위규제위원회 같은 기구가 원내에 존재하므로 이러한 부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보좌직원의 권리를 침해하는 의원을 공개해 의원의 평판문제와 결부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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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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